남한 단체 대표들, “북한 망명정부는 남한탈북자들 지지 얻어야”

최근 중국, 러시아, 몽골 등에 머물고 있는 북한 노동당과 내각, 그리고 군 출신 탈북자들이 중심이 되어 내년 3월쯤 일본에서 망명정부를 수립할 계획이 밝혀져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남한의 주요 탈북자 단체 대표들은 향후 북한 망명정부는 탈북자가 가장 많이 사는 남한 거주 탈북자들의 광범위한 지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망명정부 추진 인적구성은 오래전 탈북한 인사들

지난달 19일과 20일 이틀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 탈북자 단체 대표들의 ‘반 김정일 국제회의’에 참관인으로 참석했던 워싱턴의 손충무 해외동포연합 의장은 이 회의에서 전 남로당 총책이었던 일본 거주 박갑동 씨와 카자흐스탄에 머물고 있는 정상진 전 북한 문화선전성 차관, 러시아의 유성철 전 북한군 작전국장 등의 탈북인사들이 북한 망명정부 수립 계획을 논의했다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그는 이들이 망명정부 대표를 전 북한 노동당 비서였던 황장엽 씨가 맡아주기를 희망했지만, 황 씨가 이에 대한 의견이 달라 계속 논의 중이라고 밝혔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남한의 대표적 탈북자 지원단체인 북한민주화운동본부 (Democracy Network Against North Korean Gulag)의 강철환 대표는 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북한망명정부의 인적구성이 대체로 오래전에 북한을 탈출한 인사들로 이루어져있다면서, 근래에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대거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들은 포함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남한 내 탈북자들은 포함돼있지 않아

“국내탈북자들하고는 별로 교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일단은 이 국내 (남한)에 있는 탈북자들하고 공감을 잘 해가지고 탈북자들을 다 망라할 수 있는 그런 게 돼야할 것 같은데 현재 러시아나 일본, 중국에 있는 오래된 사람들이어서, 최근에 탈북한 사람들이 그런데 같이 일을 하면 좋겠지요.

“그리고 탈북자들이 주로 한국에 와있는데 일본 쪽이나 그쪽은 탈북자가 거의 없잖아요. 탈북자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게 안 되면 어떤 뿌리가 없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황 선생께서는 한국에 있는 탈북자들을 중심으로 뭔가 하시려고 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북한민주화운동본부는 2003년 6월에 북한의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북한 정치범 수용소 출신자들과 청년 탈북자들이 합쳐 만든 비영리단체입니다. 탈북자 출신인 강철환 대표는 10여 년 간 정치범 수용소에 있었으며, 현재 남한의 유력지인 조선일보의 기자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망명정부 보다 실질적 일 할 수있는 연합체가 필요"

강 대표는 새롭게 추진되는 북한망명정부도 중요하지만, 보다 실질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연합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현재 황장엽 씨를 중심으로 가칭 "북한민주화위원회"가 조만간 공식출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황장엽선생이 지금 국내에서 탈북자, 고위 탈북자 출신들, 외교관출신들, 엘리트들 중심으로 "북한민주화위원회"를 추진하고 있어요. 그게 일종의 망명정부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게 거창한 이름보다는 실질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탈북자 연합체를 만들려고 하고 있는데, 아직 발표는 안 된 것 같아요.

그러나 많은 탈북자 엘리트들이 "북한민주화위원회"에 지금 다 망라가 됐고 지금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거기에 관여하고 있고 거기에서 일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이런 말이 나오니까. 저도 좀...”

강 대표는 현재 황장엽 씨가 이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있으며, 북한의 엘리트 출신인 탈북자들이 주요멤버로 활동하게 되고 또 다양한 탈북자단체가 망라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황장엽, 남한 내에 연합체 주진 중"

한편, 황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자유북한방송국의 김성민 대표는 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황 씨가 북한망명정부의 대표직을 수락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씨는 황 씨가 작년 가을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황 씨를 수행했었습니다.

“황장엽 선생님이 망명정부에 대해서는 미국에 가셨을 때도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서 전초기지는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에서 북한민주화를 위해서 투쟁을 하시겠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 이번에 (추진되고 있는) 북한 망명정부에 황장엽 씨가 직접 개입할 가능성은 없지 않겠나라고 생각합니다.”

10여 년 전 북한을 탈출한 김성민 씨는 북한의 공산독재 종식을 목적으로 남한 내 탈북자들에 의해 지난 4월 20일 설립된 인터넷 ‘자유북한방송’의 대표로 활동 중이며, 황장엽 씨는 지난 9월부터 이 방송국의 방송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남한 내의 연합체가 해외의 망명정부 보다 효과적일 것"

김성민 씨는 ‘북한민주화위원회’의 추진 움직임이 있음을 확인하고, 이 단체가 해외의 북한 망명정부 보다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보다 효과적인 단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제 새로운 목표를 정해서 활동하기 위해서 지난주 토요일에 확대위원회를 열었는데. 꼭 망명정부라는 이름을 쓰지 않더라도 탈북자 단체들, 한국 내 북한민주화운동 단체들, 그리고 저명인사들 다 망라되어있기 때문에, 북한민주화를 위한 공동체, 집합체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을까, 앞으로 ‘북한민주화위원회’가 좀 더 커질 수 있을 것 같고요.

황장엽 씨도 있고, 또 김영삼 전 대통령도 영입될 것 같은데. 뭐 각자 단체들이 혹은 운동하는 사람들이 이제 망명정부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내실 있게 북한민주화운동을 위해 운동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김성민 씨는 러시아, 일본, 몽골, 중국 등, 해외에 흩어진 탈북자들이 반김정일 연대활동을 벌인다는 점에서는 망명정부 구상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단체를 설립하는 것보다는 보다 실질적으로 일을 추진해 나가는 일이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명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