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촉진위해 조건부 대북 현금지원 고려해야”- 독일 전문가

얼마 전 남한 정부는 한시적이고,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지금보다 더 촉진시키기 위해 과거 동서독처럼 상봉 건수에 대해 북한 측에 사례를 지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독일 프리드리히 에베르트(Friedrich Ebert) 재단의 워싱턴 사무소장인 디터 뎃케(Dieter Dettke) 박사는 남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북한 측에 무조건적으로 금전적인 대가를 지불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북한이 합의를 어겼을 경우에는 바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수단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1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뎃케 소장으로부터 동서독의 경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동서독의 이산가족 상봉은 어떻게 성사된 것이었습니까?

Dieter Dettke: 동서독은 지난 1974년 유럽 안보협력기구 (OSCE) 헌장에 근거해서 이산가족 상호방문 계획에 공식 합의했었습니다. 유럽 안보협력기구 헌장은 당시 서유럽과 공산권 유럽 간에 안보, 경제, 그리고 인권문제 등을 모두 다뤘습니다. 서독 사람들은 이를 계기로 베를린에서 동독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도 1953년에 동독에서 서독으로 빠져나왔는데 그때 여동생을 미처 데려오지 못하고 동독에 두고 왔었습니다. 비록 여동생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내지 않아서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때 이 제도를 이용했더라면 우리 가족도 서로 상봉할 수 있었을 겁니다.

남북한의 경우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인도주의적인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인 차원으로 다루려는 태도를 보여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아주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서독은 어떻게 동독을 설득할 수 있었습니까?

DD: 돈이 답이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을 대가로 동독에 돈을 지불했었던 게 주효했었습니다. 당시 동독은 서독 이산가족들에게 하루에 5마르크씩 받고 동독 가족들을 만나게 해줬습니다. 동독 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수입원이 됐던 것이죠. 그러나 저는 이 문제를 좀 더 시야를 넓혀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한의 경우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이 이미 틀을 갖추지 않았습니까? 이런 다자적인 틀 안에서 이산가족 문제도 함께 다뤄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일괄타결안에 이산가족문제를 포함시킨다면 회담 참여국들도 지지를 보낼 것입니다. 유럽 안보협력기구에서 안보문제와 동서독 이산가족 문제와 같은 인권문제를 함께 다뤄나갔던 사례에서 교훈을 얻자는 것이죠. 이렇게 외부로부터 압력이 들어오는 동시에 금전적인 대가도 예상되면 북한도 이산가족 상봉문제에 대해서 좀 더 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남한에서는 북한에 현금을 건네주는 것을 두고 논란이 많습니다. 아무리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서라지만 북한에 그 대가로 현금을 주는 것에는 반대의 목소리도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DD: 물론 그런 논란의 소지는 있을 겁니다. 그 문제에 대한 제 대답은 북한에 무조건적으로 돈을 주지 말라는 것입니다. 돈을 주더라도 북한으로부터 반드시 뭔가를 받아내라는 것이죠. 물론 북한에 긴급한 사태가 발생해서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보내야 할 때는 조건을 달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에 관한한 북한 측에 분명한 조건을 제시하고 협조적으로 나오도록 하는 계획을 짤 수 있을 겁니다.

북한 측에서 나중에라도 이산가족 상봉 대가를 터무니없이 많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DD: 그렇기 때문에 먼저 조건을 분명히 달아야 합니다. 이산가족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터무니없는 돈을 북한이 요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북한이 이를 어길 경우에는 다른 남북한 교류사업 분야에서 북한에게 불이익을 주는 형태로 압력을 가해야 합니다. 다른 교류협력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북측이 합의사항을 어길 경우에는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서독에서는 동독에 금전적인 대가를 주고 이산가족 상봉을 받아내는 것에 대해서 반대의 목소리는 없었습니까?

DD: 아니요 반대는 별로 없었습니다. 서독 사람들 모두 동서독간의 긴장을 완화하는 것에 찬성하고 있었고, 이산가족 상봉이 그런 역할을 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믿었습니다. 또 폭압을 휘두르는 동독 정권이 혐오스럽기는 했지만, 이산가족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서독 사람들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