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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4월 개정한 헌법에서 ‘공산주의’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선군사상’을 처음으로 명기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북한은 또 헌법 개정을 통해 국방위원회가 한국이나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와 유사하면서도 더 강력한 기능을 갖도록 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지난 98년 9월에 개정한 헌법에는 ‘사회주의’라는 단어와 함께 ‘공산주의’가 3번 가량 언급됐습니다. 하지만 올해 4월에 개정한 헌법에는 ‘공산주의’라는 단어가 모두 삭제됐습니다. 대신 ‘선군사상’이 처음으로 헌법에 명기됐습니다.
일본에 있는 한 대북 소식통은 자신이 “지난 4월 개정된 헌법을 최근 입수했다”면서 “여기에는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을 짝을 이뤄 사용한 문구가 들어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김일성의 ‘주체사상’과 김정일의 ‘선군사상’을 동일시 한 셈”이라고 이 소식통은 해석했습니다.
이번에 ‘공산주의’라는 단어를 헌법에서 삭제한 것은 “북한이 지난 92년 헌법을 개정할 당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삭제하고 주체사상을 내세웠던 전례에 비춰볼 때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이밖에도 개정 헌법은 “국방위원장이 국가의 사업 전반을 지도하고 국방위원회는 국가의 중요 정책을 입안하도록 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고 이 소식통은 지적했습니다.
과거 국방위원회는 국방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헌법에 규정돼 있었지만 국가 사업을 사실상 모두 관장했다는 점에서 법리적 괴리가 있었기 때문에, “헌법 개정을 통해 이같은 제도상의 문제점을 수정한 걸로 보인다”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또 이번 헌법 개정의 특징을 김정일의 ‘위상 강화’라고 해석했습니다.
“국방위원장의 임무와 권한을 규정한 6개 조항을 신설하면서 ‘국방위원장’을 ‘최고 지도자’로 규정해 ‘영구 주석’으로 남아있는 김일성의 위상과 격을 맞췄다”는 겁니다. 이는 “국방위원장이 중요 조약을 비준•폐기하고, 사면권을 행사하며,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게 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이로써 “북한의 국방위원회는 무력으로 나라를 지킨다는 의미의 국방(national defense)이 아니라 국가의 안보(security) 개념을 폭넓게 해석해 군사 분야는 물론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분야에서 사실상 국가 최고의 권력기관이 된 셈”이며, “이로써 한국이나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유사하면서도 더 강력한 기능을 수행됐다”고 이 소식통은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