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최근 홍수와 연이은 태풍으로 인한 피해 복구 작업에 애를 쓰고 있지만 부실한 자재 때문에 해마다 수해 관련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제8호 태풍 '바비'와 9호 태풍 '마이삭'이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가면서 한국과 북한에 적지 않은 피해를 남겼습니다.
미국 CNN 방송 등 외신들이 연일 북한의 피해상황을 전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관영매체는 매일 복구작업 상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북한의 피해 상황은 바비로 인한 북한의 주요 쌀생산지인 황해도 일대 농경지 침수와, 마이삭으로 인한 강원도 및 함경도 일대 도심지 침수와 주택, 즉 살림집 파손 등입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산하 인도지원사무국(ECHO)도 3일 강원도 등 북한 동부 지역에 태풍 마이삭으로 인한 홍수피해가 발생해 해당지역 주민들이 대피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북한 관영매체는 4일, 개성시 내 100여채, 그리고 황해북도 은파군 내 130여채의 살림집 복구 및 개보수를 위해 군병력 등을 대거 투입했으며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9호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가 컸던 강원도 이천군 피해지역에서도 구체적인 숫자는 밝히지 않았지만 살림집 복구 공사가 한창이라고 이 매체는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지금과 같은 대응 방식으로는 주택 파손과 같은 수해로부터 매년 피해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정광일 씨는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전화통화에서, 양질의 시멘트는 돈 많은 간부들을 위한 아파트 공사현장으로 가기 때문에 서민들은 흙벽돌이나 또는 석탄재에 석회를 섞어 만든 벽돌을 쓸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광일: 대부분의 살림집은 '토피'로 지어요. 토피가 뭐냐 하면, 진흙하고 볏짚을 섞어서 틀에다 넣고 짜서 (만들어요.) 그런데 그게 습기에 약해요. 장마가 오래되고 비가 많이 오면 물을 먹어서 주저 앉거든요.
범람을 막기 위한 강둑도 중장비 없이 인력으로 흙과 작은 돌만 쌓다보니 큰물이 오면 쓸려 내려가기 일쑤입니다.
견고하지 못한 자재나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큰 비만 내리면 집이 무너지고 강둑이 터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북한 당국의 제대로 된 대책 및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해가 날 때마다 피해 주민들마저 복구 공사에 장기간 동원되는 바람에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한편,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은 최근 두 번에 걸친 태풍으로 인해 발생한 북한지역의 구체적인 피해상황을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자료요청에 4일 오후까지 답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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