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유럽연합(EU)은 홍수 피해를 입은 북한의 요청이 있을 경우 지원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 연일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가운데, 유럽연합 공보실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전자우편을 통해 "유럽연합은 당연히 북한 상황을 주시하고 있고, 요청이 있을 경우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We are of course monitoring the situation in DPRK and stand ready to help if requested.)
유럽연합 긴급대응조정센터(ERCC)를 통해 매일 전 세계 자연재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 유럽연합 측은 "최근 유럽연합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 사례와 관련해, 2018년 유럽연합은 홍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지원했고 2019년에는 가뭄과 식량난을 겪은 주민들을 도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도 앞서 11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전 세계 여러 지역의 홍수 상황을 거론하면서 "유엔 측은 당국과 접촉하고 있고, 요청을 받고 필요할 경우 가장 취약한 지역사회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대응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산하 인도지원사무국(ECHO)은 13일 공개한 보고서에서도 북한 내 기록적인 폭우 및 홍수 상황을 우려했습니다.
인도지원사무국은 특히 "북한이 계속해서 기록적인 수준의 강우량을 목격하고 있고, 이는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봉쇄조치로 이미 영향을 받은 (북한) 경제를 한층 더 위협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인도지원사무국은 북한의 식량사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곡창지대의 수해 상황도 거론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고서는 최근 북한에 내린 폭우가 과거 최악의 홍수 피해가 발생했던 2007년보다도 더 많은 것으로 본 한국 통일부의 평가와 함께, 북한 관영매체가 북한의 최대 곡창지역인 황해북도 지역에서 가옥 900채 및 논밭 600 헥타르 이상이 침수됐다고 보도한 내용 등을 소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워싱턴DC 민간 연구기관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13일 이 연구소가 개최한 화상회의에서, 이번 홍수로 북한 농경지의 40%~50%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는 등 올해 북한의 가을 농작물 수확량이 상당히 저조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북한이 현재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취한 국경폐쇄로 북중 교역이 70% 정도 감소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차 석좌: 퍼펙트 스톰, 즉 초대형 위기입니다. 올해 말까지 북한 경제가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기근 이후로는 목격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차 석좌는 이어 현재 북한 정권과 지도부가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황해북도 은파군을 현지지도하고 예비양곡을 푸는 등 극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중국 및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사회에 지원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한편, 세계식량계획은 13일자로 공개한 '2020년 세계 기아지도'(Hunger Map 2020)에서, 지난 2017년부터 2019년 까지 2년 동안 전체 인구의 35% 이상이 영양부족으로 고통 받는 최악의 국가 중 하나로 북한을 꼽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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