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개인소유 소 전수조사...협동농장에 강제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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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농촌지역에서 개인들의 부림소(일소) 소유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국가에 등록하지 않은 개인 소유의 소를 찾아내 등록할 것을 강요하고 협동농장 밭갈이에 동원하고 있어 농민들의 불만이 크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 용천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17일 “어제부터 용천군 서석리 협동농장에서는 개인 농민이 기르고 있는 부림소를 조사하고 있다”면서 “해당 조사는 군당의 지시로 농장관리위원회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집집마다 돌면서 진행되는 조사에서는 코뚜레를 꿴 소와 코뚜레를 꿰지 않은 송아지로 분류해 국가에 등록하고, 코투레를 꿴 소는 반드시 협동농장 밭갈이에 동원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 소는 국영 공장과 군부대, 농업부문에서 밭갈이와 운송 등을 담당하고 있는 생산수단으로 간주됩니다. 특히 소는 유사시에 전쟁 물자를 수송해야 할 전시수단으로 간주되고 있어 모든 소는 국가에 등록한 후 국가재산으로 엄격하게 관리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집권 이후 분조관리제, 즉 포전담당책임제를 강화하면서 협동농장에서는 개인 농민들이 부림소를 길러 국가에 등록한 다음 밭갈이와 운송 수단으로 사용하도록 허용해왔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포전담당책임제 하에서는 국가가 농민들에게 농경지만 부여할 뿐, 밭갈이 수단과 영농물자 등을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평안북도 정주시의 한 농민 소식통도 같은 날 “포전담당책임제가 강화되기 시작한 2015년부터 농민들은 농사를 잘 지어 식량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농장에서 농장 소유의 부림소를 빌려서 밭갈이 할 수밖에 없고, 소를 빌린 댓가로 가을에 알곡현물을 바치다 보니 분배 몫이 줄어들어 불만이 많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에 농민들 속에서 농장 축산반과 사업해 협동농장 암소가 낳은 송아지를 사다가 개인이 길러 부림소로 이용하는 사례가 나타나더니 요즘엔 개인 농민 간 송아지 거래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포전담당책임제로 농경지를 분여 받아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로부터 더 많은 알곡현물을 징수해야 하는 당국으로서는 개인이 부림소를 길러 국가에 등록하고 사용하도록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런데 점차 부림소를 소유한 농민들 속에서는 농사짓기에 부림소를 이용하기보다는 장마당에서 소달구지를 이용해 손님들의 짐을 날라주고 돈벌이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해 개인 돈벌이를 위해 부림소를 기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지 주민: "소 없으면 농사 못 지어요. 개인이 송아지를 사서 그걸 길러서 부려먹으려면 어디에 적을 걸어야 돼요. 개인 소지만 어디 6작업반에다 등록을 하면 나라에서 어느 작업반 소다 그래요. 사촌오빠도 관계관리소에 등록만 시켜놓고 다 개인 돈벌이 한다구요. 달구지도 자기가 만들어서…송아지는 개인 간 거래가 많은데, 송아지 쪼꼬만거 한마리 30만~40만원 해요."

소식통은 또 “개인 부림소를 국가에 등록만 해놓고 개인 돈벌이를 하거나 아예 등록도 하지 않고 돈벌이에 이용하는 현상이 늘어나자 당국이 개인 부림소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고 등록여부를 확인하는 동시에 모든 소를 협동농장의 봄철 밭갈이에 동원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면서 “이에 농민들은 부림소를 기르는데 사료 한 번 주지 않은 국가에서 개인의 부림소를 농장일에 공짜로 쓰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소식통들은 개인이 부림소를 기르는 일이 최근 일이고 당국이 부림소를 동원하는 조치도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일단 국가 부림소로 등록되면, 꼭 봄철 농번기가 아니더라도 농장에서 필요할 경우 언제라도 그 소는 동원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