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토끼 길러 고기·가죽 바치라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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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당국이 전 주민에게 토끼사육을 독려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주민과 학생들에게 인민군대 원호 사업으로 토끼를 길러 고기와 가죽을 군대에 바칠 것을 당 정책으로 강요하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3일 “이달 초부터 전 주민들에게 토끼기르기 운동을 힘있게 벌릴 데 대한 당의 지시가 하달되었다”면서 “인민군대에 더 많은 (토끼)고기와 가죽을 보내는 사업으로 토끼기르기를 독려하는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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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주민 강연자료 중에 토끼기르기를 장려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RFA Photo.

소식통은 “과거 1980년대부터 토끼기르기와 같은 가축을 길러 인민군대를 지원하고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고기를 생산하라는 지시는 여러 차례 되풀이되어 왔다”면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시기를 지나면서 김일성, 김정일 시기에도 여러 번 주민 과제로 토끼기르기가 부과되었고 김정은이 집권한 뒤에도 초식동물인 염소와 토끼, 게사니 등 가축기르기운동이 전국적인 사업으로 계속 시행되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중앙에서는 해마다 4월 25일 ‘인민혁명군절(북한군 창군일)’이 다가오면 인민군대 원호사업을 제기하고 돼지와 염소, 개, 닭 등 육고기지원사업을 시작한다”면서 “그런데 올해에는 당에서 특별히 풀을 먹여 키울 수 있는 가축 중에 토끼기르기를 지정하고 나섰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토끼기르기를 전군중적 운동으로 지정한 당국에서는 토끼기르기 상식 주민강연까지 진행하고 있다”면서 “토끼는 번식과 성장속도가 빠르고 풀이 있는 어디에서나 쉽게 자라면서 맛 좋고 영양가 높은 고기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당국에서 인민군대 원호물자로 토끼고기를 올해 말까지 세대당 15kg씩 바칠 것을 요구하자 장마당의 새끼 토끼 가격이 오르고 있다”면서 “8,000원짜리 어른 주먹만 한 새끼토끼 한 마리가 1만원으로, 3kg 나가는 어미토끼는 3만원에서 5만원으로, 토끼가죽 한 장은 7,500원에서 9,000원으로 올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5일 “이달 들어 토끼기르기 운동을 전군중적 운동으로 벌리라는 당의 지시가 전국에 하달되었다”면서 “각급 학교와 인민반 세대별로 인민군대 원호물자로 올해는 토끼를 길러 올해 안으로 인민군대에 고기와 가죽을 바치라는 주민과제가 주어진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인민군대 원호물자 지원사업이 당의 최우선 과제로 제기되면서 토끼기르기가 주민들의 시급한 과제가 되고있다”면서 “소학교 학생들은 토끼가죽과제로 학년에 따라 1인당 2~4매, 초급중학교 학생은 5~8매, 고급중학교 학생은 학년에 상관없이 1인당 10매씩 바쳐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학생들은 토끼가죽 과제를, 주민들은 세대당 토끼고기를 15kg씩 바치라는 지시에 주민들의 불만이 매우 높다”면서 “주민들이 애써 기른 토끼를 자신들은 먹지도 못하고 고기는 물론 가죽까지 바치라니 누가 그런 지시를 순순히 따르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토끼는 개나 닭처럼 소리를 내지 않아 조용히 기를 수 있어 아파트 베란다들이 거의 토끼 사육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하지만 농촌은 몰라도 도시주민들이 어디에서 토끼풀을 뜯어다 토끼를 기를 것인지 벌써부터 주민들의 걱정이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