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가뭄피해 방지 지시...“양수기 확보 방법은 밀수뿐”

남포 인근의 한 협동농장에서 농장원이 밭에 줄 물을 퍼고 있다.
남포 인근의 한 협동농장에서 농장원이 밭에 줄 물을 퍼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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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협동농장의 관개시설을 만 가동함으로써 가물(가뭄)피해를 막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관개시설 부족과 노후화로 인해 관련 설비를 밀수입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 정주시의 한 농장 관련 소식통은 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그제(3일) 도 농촌경리위원회가 각 시, 군 농촌경영위원회 관개관리소 지배인들과 기사장(농업기술을 총감독하고 책임지는 행정간부)들을 집합시키고 가물 피해 대책을 철저히 세우라는 중앙의 지시를 전달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가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반드시 막으라는 중앙의 지시가 관개관리소에 하달된 것은 관개관리소가 협동농장들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국가기업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는 시, 군 지역마다 협동농장경영위원회 산하 관개관리소가 자리하고 있으며, 관개관리소는 관개시설을 통해 시, 군 내 협동농장들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기업입니다. 지배인제로 운영되는 관개관리소 산하에는 각 리마다 관개관리소 작업반이 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당국이 관개관리소 간부들에게 농업용수 공급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지난 겨울 눈이 적게 온데다 봄철에 들어서도 비가 오지 않아 이미 심어놓은 옥수수와 밀·보리 등 농작물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주민들과 학생들을 총동원해 물주기 전투를 벌린(벌인)다고 하더라도 가뭄피해를 막고 농업생산성을 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관개시설을 정상적으로 가동하려면 시설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양수기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양수기뿐 아니라 양수기를 가동할 전동기와 전기도 필수인데요. 하지만 북한 당국은 양수기와 전동기 등의 설비는 관개관리소 자체로 해결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현재 정주 관개관리소 산하 각 작업반 양수기와 전동기는 대부분 고장이 나 가동할 수 없는데다 코로나로 장기간 국경이 막혀있어 장마당에서 기계 부품을 구입할 수도 없다”면서 “관개관리소 간부들은 중앙의 지시를 관철하기 위해서 중고 양수기와 전동기를 중국에서 밀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농장에서 쓰는 관개용수 공급용 양수기의 경우 가격이 800~1000달러 이상이고, 단 중고는 신제품에 비해 절반 가량 가격이 떨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 용천군의 한 소식통도 “5월 들어서 가뭄이 지속되며 옥수수를 비롯한 농작물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중앙에서는 농업용수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관개관리소의 설비를 보수하고 만 가동함으로써 가물피해 대책을 세우도록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은 관개시설 가동을 정상화함으로써 논밭 작물 피해를 우선 막고, 모내기를 앞둔 협동농장 벌에 물 원천을 푼푼이(넉넉히) 공급함으로써 모내기를 제철에 끝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용천군 농촌경영위원회 산하 관개관리소에는 물을 끌어올려 협동농장마다 물을 대주던 대형 양수기가 6대 있었으나 지난해 잦은 정전과 불안정한 전압이 들어오면서 전동기가 고장나 현재 가동하는 양수기는 3대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그러나 3대의 양수기마저 현재 가물피해가 심한 밀보리 밭에 집중 배치되어서 모내기가 진행될 작업반 논에 물을 공급할 양수기가 없다”면서 “고장난 양수기를 수리하려면 전동기를 수리할 코일선과 절연물 등이 필수적이나 국가 공급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중앙에서는 자력갱생 정신으로 양수기를 살려내 가물피해 대책을 반드시 세우라고 강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국의 지시를 관철하지 못하면 간부들의 모가지가 달아날 판이어서 간부들은 해상 밀무역으로 중국산 중고 전동기를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한편 한국 농촌진흥청은 2021년 북한의 곡물 생산량을 469만톤으로 추정했고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2021년 북한의 곡물 생산량을 약 560만톤으로 추정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