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영국의 한 식품회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얼굴을 이용해 판촉에 나섰다가 인종차별이라는 주민들의 반발로 해당 광고물을 철거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채식주의자용 식품을 만드는 영국 식품회사 '소울풀'(Soulful)은 최근 영국 웨일즈의 카디프(Cardiff)라는 도시의 한 도로변에 세워진 대형광고판을 통해 김정일 국무위원장의 얼굴을 이용한 광고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로 15미터, 세로 7미터의 대형광고판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환하게 웃으면서 한 손으로 버섯 모양의 음식을 집은 젓가락을 들고 있고 또 다른 손으로는 음식이 담긴 그릇을 들고 있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 뒤에는 핵폭탄이 터질 때 나오는 버섯구름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형버섯이 있고 그 앞에 "아하 소울(AHHH, SOUL!)"이라는 큰 글짜가 검은색으로 진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광고 오른쪽 밑에는 '소울풀(Souful)' 회사 이름과 한국음식도 있다는 의미로 보이는 '코리안(Korean)', 그리고 '더 소울이 필요합니까?(Need a little soul?)라는 글귀가 쓰여져있습니다.
지역신문인 '웨일즈온라인'(Walesonline)은 3일 이 광고를 두고 주민과 행인들이 인종차별적이고 운전에 방해된다고 크게 반발해 식품회사가 광고물을 철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주민들은 아시아인을 등장시켜 풍자한 이 광고가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을 쏟아냈고 일부는 이 광고가 차량운전자들이 복잡한 도로에서 운전에 집중하는데 방해된다고 비난했습니다.
결국 이 식품회사는 이 광고가 사람들을 불쾌하게 한 점에 대해 미안하고 잘못 판단했다며 가능한 빨리 광고물을 철거하겠다는 사과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 식품회사 대변인은 5일 이 광고를 내리는 정확한 이유가 뭐냐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의에 이미 문제의 광고물을 철거했다면서 그로 인해 물의를 빚은데 대해 사과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환영하며 평등과 포용(tolerance)을 믿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지난 2014년 4월 영국 런던에서는 한 이발사가 판촉용 사진으로 업소에 김정은 위원장 사진을 내걸었는데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직원들이 찾아와 지도자에 대한 모독이라고 항의해 철거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발사 카림 나바치는 평일 손님을 늘리기 위해 김 위원장 사진을 이용한 포스터에 "배드 헤어 데이(BAD HAIR DAY?)", 즉, 오늘 헤어스타일, 맘에 안 들어?"라는 문구를 넣고 화요일부터 목요일에는 요금을 15% 할인한다는 광고를 했습니다.
이후 북한 대사관 직원 2명이 찾아와 이발소를 촬영한 뒤 최고지도자에 대한 무례라고 항의했습니다.
이발소 주인은 북한 대사관 직원들에 맞서긴 했지만 일이 커질 것을 우려해 포스터를 내리고 경찰에 이런 내용을 신고했습니다.
그 뒤 2018년 5월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당시 이발소를 찾아가 항의한 대사관 직원이 자기였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 얼굴을 이용해 대형광고를 제작한 영국 식품회사는 이날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측으로부터 항의 연락을 받았느냐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의에 추가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