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 사는 어느 탈북 여성의 이야기를 이진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에 사는 일부 탈북자가 한국보다 선진국인 영국으로 가자며 집단 이탈 현상을 보이기 시작해 최고조에 이른 때는 2년 전인 2007년 상반기. 영국 정부는 2007년 한해에만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 4백여 명 가운데 약 1백30명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했습니다.
한국에서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탈북 여성 김지혜(가명) 씨도 2007년 여름, 아이 교육을 이유로 영국에 갔습니다. 아이가 미술에 소질이 있지만, 한국에선 학교 정규교육 외에 별도로 학원에 다니며 들어가는 사교육에 드는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웠고 자신도 항상 뭔가에 쫓기는 듯 여유가 없이 살아야 하는 한국 생활에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던 까닭입니다.
김지혜: 한국에 가니까 많이 힘들다. 내가 꾸준히 일하지 않으면 못산다. 강박관념이 강해서 쉬는 날이 없이 이게 안 되면 저걸 하고 부딪치면서 힘들게 살면서도 고생을 했다기보다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이 되고 지금 여기 와서는 말이 안 되니까 내가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못 받겠습니다. 사람이 산다는 의미 자체를 잘 모르겠는데
김지혜 씨는 현재 런던에 살고 있습니다. 난민 인정을 받은 김 씨는 3년만 더 있으면 영주권을 받게 되고 영주권을 받고 1년 후에는 영국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김 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2시간 반씩 자신이 살고 있는 인근 대학에 가서 영어 수업을 받습니다. 일단 수업료를 내긴 하지만 등록을 하고 난민 서류를 학교에 제출하면 이미 낸 수업료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정부에서 김 씨에게 정착금을 준다든지 영구 임대 주택을 지원하진 않습니다.
김지혜: 생활비 충당을 해야 하니까 벌어야 하는 형편에서 제가 공부를 하고 있잖아요. 빈방이 있어서 사람을 들이긴 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전기료, 물세, 가스 비용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기본적으로 한 달에 제가 거의 안 쓰고 해도 500파운드 정도 나온다고 봐야 해요.
영국은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에게 생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금액은 한 주에 대략 60파운드, 미국 돈으로 하면 85달러 정도 됩니다. 미성년 자녀나 가족이 있으면 그 수에 따라 보조금은 조금 늘게 됩니다. 그리고 집은 임시 주택으로 정부에서 월세의 70퍼센트를 지원해주고 나머지는 자신이 내야 합니다.
한 달 생활비 500파운드에 아이가 다니는 학원비 300파운드 정도를 더하면 최소 800파운드 미국 돈으로 1,100 달러는 있어야 생활할 수 있습니다.
김 씨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식당에서 시간제 봉사원으로 일하고 또 주말이면 맞벌이 부부 가정에서 아이도 봐주면서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처럼 넉넉한 생활 형편은 못되지만 영국 사람들의 여유로움에 김지혜 씨도 이제는 ‘빨리빨리’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는 않게 됐습니다.
김지혜: 차를 운전할 때 보면 옆에서 나올 차가 있으면 그 앞에 가서는 천천히 가서 그 차가 빠질 수 있게 세워주고 선량하게 길을 가르쳐 준다든가 할 때 웃으면서 따라가면서까지 알려주고 사람들이 선량해요.
한국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살다가 신분을 속이고 영국으로 갔기 때문에 죄스러운 마음도 있지만 아이를 위해서 또 더 나은 삶을 살아보자고 결심한 영국행이니만큼 이번에는 꼭 런던에 뿌릴 내리고 살겠다고 김지혜 씨는 소망합니다.
김지혜: 생각 같아서는 골프도 치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그건 사람의 욕심인 거죠. 저도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있겠는지...아직 언어 자체가 안 되니까 열심히 한 번 노력을 해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