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실력자들, 비선라인 통해 남한 안경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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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일부 고위 간부나 돈주들은 중국의 비선을 통해 남한의 안경 등 질 좋은 남한 상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특수층은 남한 물건을 아무 거리낌없이 사용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선양의 한 조선족 기업인은 18일 “남한 제품이 북한 주민들 속에서 인기가 높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의 일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요즘 북조선의 웬만한 간부들은 남한 물건을 한 두개 갖지 않은 사람이 없을 만큼 남한 물건을 선호한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북조선 간부들이나 돈주들 중에 시력이 나쁜 사람이 많은데 이들은 중국제 안경보다 남한의 안경 제품이 질적으로 우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가능하면 남한의 안경을 구입해 사용하려 한다”면서 “지난 주 평소 가깝게 지내는 북조선 무역주재원으로부터 안과의 시력 처방전을 줄 테니 남한 안경을 구입해 줄 수 있겠느냐는 부탁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또 “평양을 비롯한 북조선의 대도시에는 나름대로 안과 전문병원이 있어서 시력 검사를 통한 안경 처방전 발급이 가능하다”면서 “시력보정용 안경 처방전은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어서 이것만 있으면 북조선 사람이 남한의 안경점에 안경 제작을 의뢰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물론 처방전만 있으면 중국 안경점에서도 안경 구입이 가능하지만 돈 있고 힘있는 북조선 특수층들은 중국제 보다는 남한에서 정교하게 제작한 안경을 구입하고 싶어 한다”면서 “이런 사정으로 인해 중국 주재 북조선 무역일꾼들은 본국의 실력자로부터 안경 처방전을 여러 장 받아 이를 남한에 드나드는 비선에게 전달해 남한 안경을 구입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현재 중국에 있는 주재원들 중에도 남한제 안경을 착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 남한에서 제작한 안경알(렌즈)이 중국제 보다 정밀도 면에서 더 우수하다는 인식이 북조선 간부들 속에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단둥의 한 무역관련 소식통은 “북조선 간부들 중에서 남한제 안경을 고집하는 사람들 중에는 근시나 원시 보다는 난시인 사람들이 많다”면서 “중국인들도 난시 교정용 안경이 필요한 경우 한국제 안경을 찾을 정도로 한국의 안경 제작기술을 알아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안경알(렌즈)뿐만 아니라 안경테도 주문자의 얼굴 모양과 연령, 성별, 선호하는 색깔, 재질 등을 알려주면 한국의 안경점에서 주문자의 취향에 맞는 멋진 안경을 제작해 주기 때문에 북조선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는 평양유리생산협동조합과 지방의 8.3인민소비품생산 기업들, 그리고 제2경제 위원회(군수품 생산) 산하의 광학공장들에서 안경용 렌즈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플라스틱 재질이 아닌 유리 렌즈로 무겁고 두꺼워 사용하기 불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북한 내 고위 간부 등 일부 부유 계층을 제외한 대다수의 북한 주민들은 시력이 악화돼 안경이 필요해도 제대로 된 검안을 받고 안경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