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중국내 자국 노동자들의 새해 첫날 김부자 초상화 헌화 행사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코로나 확산을 이유로 중국내 북한 공관에서 열리던 헌화 행사를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관련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단둥시의 한 소식통은 1일 “중국 각지에 주재하는 북한 간부들과 노동자들이 올해 처음으로 새해 첫날이면 어김없이 행하던 김부자 초상화에 대한 헌화 행사를 하지 않았다”면서 “코로나 봉쇄를 해제한 이후 중국내 코로나감염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번지자 새해 첫날 중요한 정치행사인 헌화를 취소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북조선 사람들에게 1월 1일 새해 첫 아침에 김일성·김정일의 동상, 석고상, 초상화 앞에 헌화하는 것은 절대로 빠지면 안 되는 정치행사이다”라면서 “하지만 올해는 중국내 코로나 확산 상황이 심상치 않아 북조선 당국이 중국내 공관들에 헌화 행사를 취소하도록 지시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중국을 비롯해 외국에 주재하는 모든 북한 주민은 새해 첫날이나 북조선의 국가적 명절에는 재외공관에 설치된 김부자의 초상화에 헌화해야 한다”면서 “헌화행사에 불참할 경우 선대 수령들에 대한 불손한 사상을 지닌 반역자로 낙인 찍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 확산을 염려한 북조선 당국이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헌화 행사를 취소하는 바람에 북조선 노동자들이 모처럼 편안한 휴식이 있는 설 명절을 보낼 수 있었다”면서 “피로에 지친 (북한)노동자들은 중국에 파견된 후 처음으로 1일과 2일 이틀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런데도 몇몇 북조선 인력회사는 회사명의로 된 꽃바구니를 주문해 꽃 배달 업체를 통해 북조선 공관에 대신 전달하도록 하는 등 충성심 경쟁을 보였다”면서 “이렇게라도 해서 충성심을 보여야만 당국의 환심을 사서 오래 중국에 주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중국 심양시의 한 조선족 소식통은 같은 날 “올해 처음으로 중국내 북조선 노동자들이 새해 첫날 공관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찾아가 헌화하는 행사가 취소되었다”면서 “심양영사관에서 노동자들에게 헌화를 위해 조직적으로 모여서 이동하지 말라는 본국의 지시를 하달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해와 재작년 1월1일에도 북조선 무역대표들과 북조선 식당의 복무원을 포함한 일부 북조선 노동자들은 새해 첫 아침에 심양영사관을 찾아가 김부자 초상화에 꽃바구니를 증정하고 충성자금을 바쳤다”면서 “하지만 지난 12월 말부터 중국에서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되자 북조선 당국이 양력 설날 초상화 헌화행사를 전격적으로 취소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김부자 상징물에 대한 헌화 행사를 취소하는 것은 김씨일가를 신적인 존재로 선전하는 북조선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북조선 당국이 지금 중국의 코로나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중국에 나온 후 처음으로 헌화 행사를 하지 않아도 된 북조선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무역 관련 주재원들, 북한 식당 복무원들도 이틀을 푹 쉰 때문인지 표정이 한결 밝아진 모습이다”라며 “그동안 새해 첫날과 북조선 명절 헌화행사를 위해서는 휴식을 다 바쳐 여러 준비를 하다 보니 전혀 휴식을 취할 수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중국의 코로나 확산 덕에 북조선 사람들이 추위에 떨며 헌화하러 다니지 않는 것을 보면서 ‘이런 날도 다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럼에도 북조선 심양영사관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에 대한 우상화영상물을 각 회사에 보내 자체로 소속 노동자들에게 영화문헌학습을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