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협동농장들 중 모내기를 제 때에 하지 못한 곳이 많아 올해 농사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앙에서 다수확 2모작 농법을 강하게 내미는 바람에 벼를 심을 논에 밀과 보리가 그대로 남아있어 모내기가 늦어지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황해남도의 한 농업관련 소식통은 8일 “모내기 철이 거의 끝나가는데 우리 농장에서 모내기를 끝낸 논은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모내기를 마쳐야 할 6월 15일까지 벼모를 옮겨 심지 못하면 올해 농사는 망친 것이나 같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나라의 곡창 지대에 속하는 옹진군 일대 농장에는 벼를 심어야 할 논에 미처 가을(수확)을 하지 못한 보리가 그대로 남아 있어 모내기가 늦춰지고 있다”면서 “논에 보리와 밀을 심는 다수확 2모작 농사로 정보당 수확고를 높이라는 중앙의 새 농업정책에 따라 모든 논에 보리를 심었다가 이런 사태를 겪게 된 것”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작년 이맘때에는 이미 모내기를 다 마치고 비료주기와 김매기에 들어갔는데 올해는 아직 모내기를 절반도 끝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올봄에는 심한 가물(가뭄)까지 닥쳐 논에 심은 보리가 제대로 여물지 않아 가을(수확)을 못하고 있으며 모내기를 하려면 애써 심은 보리를 그냥 베어내고 논을 갈아엎어야 하는 형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1월 1일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2021년 12월 27일부터 31일)에서 발표한 신년사설 ‘사회주의 농촌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당면 과업에 대하여’가 문제가 되어 올 농사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면서 “전원회의 결정서에 따르면 총비서(김정은)가 ‘현 시기 농업생산을 발전시키는 데서 당이 중시하는 것은 알곡생산구조를 바꿔 벼와 밀 농사를 강하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바람에 모든 농장들이 가을을 마친 논에다 보리를 심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보리 농사가 잘 되면 알곡증산에 도움이 되었겠지만 올봄 심한 가뭄으로 보리 이삭이 제대로 패지 않아 보리 가을이 늦어지고 이 때문에 모내기가 늦어지면서 올해 벼농사에 큰 지장을 가져오게 되었다”면서 “중앙에서 현실성 없는 보리, 밀 농사를 강하게 내미는 바람에 올해 벼농사를 망치게 되었다”며 당국을 원망했습니다.
이와 관련 황해북도 사리원시의 한 주민소식통은 7일 “농장에서 모내기를 해야 할 논밭에 아직 가을을 못한 밀과 보리가 그대로 있어 모내기를 못하고 있다”면서 “이달 중순까지 끝내야 할 모내기를 겨우 절반밖에 하지 못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초 각 지역의 협동농장들에 벌방(평야)지대나 중, 산간지대 할 것 없이 전반적으로 정보당 수확고를 높일 데 대한 당의 과제가 내려졌다”면서 “모든 농장들에서 밀 농사 경험을 쌓기 위한 사업을 세밀하게 작전하라는 지시가 하달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총비서가 ‘농업생산을 증대시켜 나라의 식량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을 농촌발전전략의 기본과업’이라고 지시함에 따라 농장들은 논밭에 밀과 보리를 심었다”면서 “하지만 미처 가을을 하지 못한 보리밭을 갈아엎고 논으로 꾸릴 수가 없어 벼 모내기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요즘 농장원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 7시까지는 벼모를 뜨고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보리를 베야 한다”면서 “그러고 나서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모내기를 하느라 허리를 펴지 못하고 일하지만 제철에 모내기를 끝내기는 어렵게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가뜩이나 식량이 부족한데 중앙에서 입증되지도 않은 보리, 밀 농사를 내미는 바람에 한 해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쌀농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면서 “이제부터라도 중앙에서 농사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간섭하지 말고 영농자재나 제대로 공급해주면서 농사는 농민들에게 맡겨주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