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전 총리 사망으로 일 납북자 문제 강조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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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피격 사망 소식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각지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우익의 상징이자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문제 해결을 위해 애썼던 그의 유산을 이어가야한다는 지적이 향후 일본의 대북정책에 한층 더 반영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아베 전 총리가 8일, 다가오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가두 유세를 하던 도중 40대 남성이 쏜 산탄총에 오른쪽 목 등을 맞아 응급 치료를 받았으나 이날 오후 사망했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북한의 점증하는 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선제 타격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과거 일본 정부의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해 온 인물이자, 특히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피해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 온 인물로 평가됩니다.

특히 지난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했을 때 관방장관으로 동행한 아베 전 총리는 북한이 회담 직전 ‘일본인 8명 사망’이란 조사 결과를 내놓자 “당장 돌아가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고, 이에 북한이 최초로 국제사회에 납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를 한 사건은 북일 관계의 대표적인 일화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그때까지 생존해있던 5명을 일본으로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인권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8일 성명을 내고 “충격적이고 무분별한 폭력적 행위에 따른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서거를 애도한다”며 “아베 전 총리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와 다른 나라 국민들의 문제 해결에 대한 확고한 지지자였다”고 그의 관련 업적을 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그의 외교적 지도력과 끊임 없는 노력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광범위한 국제적 관심을 얻어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도 이날 자신의 온라인 사회관계망 트위터를 통해 “아베 전 총리는 북한에 납치돼 간첩의 언어교사로 일하며 대부분의 삶을 북한에 갇혀 지낸 일본인들을 해방하기 위한 대의를 오랫동안 옹호해 온 인물이며, 실제 그들 중 몇 명을 해방시키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민간 연구기관인 맨스필드재단의 프랭크 자누지 대표도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추도 성명에서 “아베 전 총리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와 같은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이 문제에 대해 아베 전 총리는 그의 놀라운 공직 생활을 지탱한 집중력과 추진력을 보여주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아베 전 총리가 “일본의 외교정책에 활력을 불어넣고, 세계적 영향력을 크게 확장하며, 자유 민주주의 질서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며 국제적 역할을 변화시켰다”면서 “그의 정책은 국내외에서 보편적으로 환영받지 못했지만 일본 국민에 대한 강한 목적의식과 헌신, 그리고 세계 평화와 안보라는 대의 명분에 동기부여가 된 성실한 지도자”라고 평가했습니다.

일본 일간지 아사히신문 소속 마키노 요시히로 외교전문기자는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갑작스러운 피격 사건에 많은 일본인들이 충격에 빠졌다고 전헀습니다.

마키노 기자: 일단 일본의 정치 풍토는 설사 여러가지 다툼이 있다 하더라도 테러리즘과는 무관한 나라였습니다. 근데 너무나 갑작스럽게 테러같은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은 너무 당황스럽게 느끼고 있죠. 아베 전 총리는 찬반이 나뉜 인물이지만, 나름의 업적도 있고. 심지어 어떤 업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런 테러리즘을 (일본은) 절대 인정할수가 없죠. 일본사람의 느낌으로서는 먼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테러리즘이 갑작스럽게 자기 주변에 생겼기 때문에 당황스럽게 느끼고 있습니다.

마키노 기자는 다만 이번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사건이 당장의 북일관계에 큰 변화를 주는 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기시다 후미오 현 일본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과정에서 비열한 만행이 자행된 것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면서 “가장 강한 언어로 규탄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20년 9월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하기 전까지 북한을 비롯한 국방과 외교에 있어 매파적 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일각에서는 갑작스러운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을 계기로 그가 앞서 추진해 온 유산을 이어가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전반적인 대북정책 역시 보다 더 강경한 모습을 띄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됩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5월말 도쿄에서 열린 납북 피해자 조기 귀국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해 피해자들의 빠른 귀국을 실현하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올해에도 자국 매체를 통해 일본 정부의 이같은 문제 제기를 두고 납치 문제는 과거에 북일 간 해결된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