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전쟁승리기념일이라고 주장하는 한국전쟁휴전일인 지난 27일,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살한 노동자와 함께 일하던 동료 노동자들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명절(전승절)을 보냈다고 현지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관련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단동시의 한 현지인 소식통은 27일 “오늘 단동지역의 한 의류제조회사에서 일하던 북조선 노동자 1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서 “그동안 집에 보내달라고 수차례 신소를 제기하였던 여성노동자는 귀국이 불가능해지자 자살로 자신의 삶을 마감한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오늘은 북조선당국이 전쟁승리를 기념하는 7.27 전승절 명절이어서 북조선 노동자들은 모두 휴식을 취했다”면서 “하지만 이날 점심식사를 끝내고 관리자들의 경계가 느슨해진 시간에 한 여성노동자가 숙소 아파트 4층에서 뛰어내렸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겨우 19세인 이 여성노동자는 우한폐렴(코로나19)이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 중국에 파견되었다”면서 “17살에 고급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피복공장에 배치되었다가 공장 기능공학교에서 재봉(미싱)기술을 배운 뒤 중국에 파견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 여성노동자는 중국현지에서 북조선 노동자를 대상으로 집단으로 시행한 코로나 백신(중국산)과 매일 같이 진행하는 핵산검사를 부작용을 우려해 계속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그러자 북조선 인력회사에서 그를 정신질환이 있다며 지난 5월 모 정신병원에 강제로 수용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지난 6월 중순 여성 노동자는 한 달 만에 정신병원을 퇴원해 일터로 돌아왔다”면서 “퇴원 후에도 북조선 집으로 보내달라며 신소를 제기하다 오늘(7.27) 전승절 행사로 혁명가요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아파트 4층에서 투신, 사망했고 북조선 회사에서는 곧바로 화장해 유골을 수습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와 관련 중국 단동시의 또 다른 소식통은 28일 “어제(27일) 단동에서 북조선 파견 여성노동자 한 명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20대의 나이 어린 여성노동자의 자살소식은 단동의 현지인들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동안 수만 명의 북조선 노동자가 파견돼 일하고 있는 단동지역에서만 북조선 노동자의 자살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한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오죽하면 심양 북조선영사관 단동지부에서 지난 5월 북한 인력관리회사들에 노동자들의 자살을 방지하라는 관리지침을 하달했겠냐”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에 자살한 북조선 노동자는 20세의 어린 나이로 중국에 파견된 것을 후회하며 조국으로 보내줄 것을 여러 차례 제기(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하지만 관리담당 간부들은 다른 노동자도 다 같은 마음이지만 꾹참고 조국에서 준 영예로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오히려 작업능률을 끌어 올릴 것을 강요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중국에 파견된 북조선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2시간~14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렇게 일을 해도 평양에서 부과한 과제금과 각종 지원금을 바치고 나면 귀국 때 집에 가져갈 자금을 모으기 어려울뿐 아니라 병이 나 몸이 아파도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비참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어제 투신자살한 여성노동자는 한 달 전 정신치료를 이유로 정신병원에 강제 격리되었다 한 달만에 풀려났다”면서 “동료 노동자들은 조국으로 보내달라고 하소연하는 그를 정신병으로 몰아 죽음에 이르게 한 회사 관리자들에 분노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3월 7일 중국에 파견된 북한 여성 노동자 2명이 잇따라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돈문제와 병이 있는데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처지를 비관한 두 명의 여성 노동자가 잇따라 자살한 사건은 단동 현지인들에게도 알려져 북한 당국의 노동력착취에 대한 비난이 일었다는 내용의 보도입니다.
당시 소식통은 북한 여성노동자들이 중국에 올 때 한달에 중국돈2천 위안(약300달러)를 받는다는 계약을 하고 오지만 실제로는 한달에 약300위안(약50달러)정도만 받는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소식통들은 최근 단동지역 북조선 노동자의 사망사건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인데 자살사건 외에도 고된 작업과 수면부족에 의한 안전사고, 결핵과 간염, 폐질환 등 병으로 인한 사망사건 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료녕성 단동시와 동강시에는 2019년 코로나발생 이전에 북한에서 파견된 노동인력이 8만명 가량 일하고 있으며 이들이 벌어들이는 위안화는 대부분 당자금으로 회수되어 핵무기, 미사일 개발과 김정은 통치자금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2021년 인신매매 관련 보고서에서 중국에 2만에서 8만명에 달하는 북한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 바 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