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교화소(교도소) 수감자들이 코로나 최대방역기간 중에 가족 면회가 중단되면서 고된 노동과 영양실조로 연이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8일 “지난주 개천 교화소에 수감되어 있는 여동생 면회를 갔다가 지난 달(7월) 여자 감옥(여성 감방)에서 20명의 수감자가 고된 노동과 영양실조로 사망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 이전에는 한달에 3~4명의 수감자가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평안남도 개천시에 자리한 교화소에는 여자 감옥과 남자 감옥이 있으며, 여자 감옥에는 2천 명 정도의 수감자가, 남자감옥에는 3천 명 정도의 수감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의 여동생은 2019년 한국에 정착한 가족과 전화를 하다가 보위부 탐지에 걸려 5년 징역형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지금도 여자감옥에는 영양실조로 진단받은 50 여명의 수감자들이 허약반 감옥에 따로 격리되어 있으며, 이들은 일어나지도 앉지도 못하고 언제 죽을지 모를 형편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영양실조로 허약반에 격리된 수감자들 속에서 사망자가 나오면 계호(간수)가 그 감옥에 들어가 시신을 한쪽에 쌓아두었다가 매달 말이 되면 한 번에 수감자들을 시켜 시신을 들것으로 날라 감옥 뒷산에 묻어 버린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감옥에서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수감자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 사태로 주민 이동통제가 강화되면서 수감자들에게 면식(옥수수튀김가루)을 넣어주던 가족들이 오기 어려워 면회가 감소하거나 중단되어 감옥에서 주는 강냉이 가다밥(주먹밥) 한 덩이를 먹고 강도 높은 노동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달 초 평안남도 증산교화소에서 퇴소한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9일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증산교화소에서는 수감자들에 코로나가 전염되는 것을 막는다면서 가족면회를 중단시키고 가족이 넣어주는 면식만 3개월에 한번 받도록 하였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코로나 방역으로 주민 이동이 통제되면서 증산교화소에서 가까운 지역주민은 감옥에 있는 가족에게 면식을 넣어줄 수 있었으나 양강도처럼 거리가 먼 지역에서는 이동이 어려워 서비차를 타고 6개월에 한번 이동해 면식을 넣어주거나 그마저도 코로나 생활고로 먹고 살기 힘든 주민들은 한번도 넣어주지 못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 때문에 가족 면식이 있는 수감자들은 감옥에서 겨우 버티고 있으나 가족 면식이 완전 중단된 수감자들은 영양실조에 걸려 사망하고 있다”면서 “지난달만 해도 여자감옥에서 15명의 수감자가 영양실조로 사망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수감자가 사망하면 교화소에서는 수감자 거주지역 안전부에 전화해 해당 가족에게 시체를 가져가라고 연락을 하지만, 코로나 방역이 강화되면서부터 시신을 인계받을 가족이 제때에 올 수 없어 사망자들은 가마니에 말아 감옥 주변에 매장해 버린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평안남도 증산군에 자리한 교화소에는 3천 명 정도의 여성수감자가, 2천 명 정도의 남성수감자가 각각 여자 감옥과 남자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 당국은 교화소, 교양소 등 감옥에서의 인권 유린을 비판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2015년부터 감옥에서 영양실조와 폭행 등으로 사망자가 많이 나올 경우, 교화소 소장 등에 대한 해임조치 등 연대적 책임을 부여하였습니다.
이에 교화소 당국은 면회 횟수를 기존 3개월마다 한 번에서 1개월에 한 번으로 늘리고 면회 오는 가족들이 수감자에 넣어주는 면식가루(옥수수튀김 가루) 20kg에서 10%를 의무적으로 공제해 면회가 없는 수감자들에게 조금씩 공급해 영양실조에 의한 사망자를 막아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수감자 면회는 3개월에 한번으로 감소된데 이어 면회 오는 주민들의 이동까지 통제되어 수감자 면회가 대폭 줄어들어 10% 공제할 면식이 사라져 수감자들의 집단 영양실조가 불가피하였으나, 북한당국은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은 채 사망자 발생을 숨기고 사망한 수감자들을 비밀리에 매장함으로써 인권 유린 행위가 국제사회에 알려지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한편, 북한 교화소 수감자 사망자 수는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