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스페인(즉 에스빠냐)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에 가담해 신병 인도 결정이 내려진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의 보석조건 완화를 놓고 변호인측과 검찰측이 공방을 펼치고 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중부 연방법원이 최근 인터넷에 공개한 재판 관련 문건에 따르면 안 씨측 변호인은 안 씨의 보석조건을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미국 연방검찰은 이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지난 2019년 2월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침입해 대사관 직원들을 폭행한뒤 컴퓨터와 이동식 기억장치(USB) 등을 탈취하고 도주한 혐의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반북단체 ‘자유조선’ 소속의 안 씨는 같은 해 7월 보석으로 석방돼 현재 외출이 일부 허용되는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안 씨의 변호인은 지난 12일 “안 씨가 가택연금 기간 동안 보석 조건을 단 한차례도 위반한 적이 없고, 외출과 활동범위 등 보석조건을 충실히 이행했다”며 보석조건을 완화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사관 침입사건과 연관이 없는 미국의 대북 인권단체 ‘링크’(LINK∙Liberty in North Korea) 관계자들과 교류를 금지한 조치를 해제하고 침입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인사를 제외한 자유조선 관계자들과의 접촉도 허가해 달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안 씨의 발목에 채워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해제하고 이동할 수 있는 범위와 시간을 확대해줄 것도 요청했습니다.
이에 연방검찰은 19일 안 씨의 보석조건 완화를 반대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이 안 씨에 대한 보석조건을 결정한 1심 재판부의 기존 판결을 뒤집고 그의 보석조건을 완화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검찰은 “1심 재판부는 여러차례 청문회를 열고 안 씨의 보석 석방에 대해 논의했으며, 검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조건을 달아 보석을 허가했다”면서 “이후 법원이 안 씨의 스페인 신병인도를 결정하면서 그의 도주 위험은 더 증가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검찰은 “안 씨의 이동범위를 자택 기준으로 반경 50마일(80km)로 제한하고 이동시간을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로 제한한 것은1심 청문회에서 안 씨측이 요청한 것”이라며 “안 씨측은 고용제한 등을 이유로 이 범위를 확대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보석조건을 완화해 링크 관계자나 침입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인사를 제외한 자유조선 관계자 등과의 교류를 허가하면 안 씨의 도주가 용이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찰은 은밀하게 활동하는 자유조선의 성격을 고려할 때 북 대사관 공격에 연루된 이들을 모두 식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들이 자유조선의 한국계 미국인 지도자로 현재 행방이 묘연한 에이드리언 홍 창과 안 씨 사이의 소통창구로 활용될 수 있기에 안 씨의 보석조건을 완화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법원은 지난 5월 안 씨에 대해 주거침입과 불법감금, 협박, 상해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안 씨의 스페인 신병 인도를 결정했으며, 안 씨측은 이에 반발해 지난 6월 미국 연방보안국을 상대로 인신보호 청원서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인신보호청원은 수사기관의 구금이나 신병인도의 적절성을 판단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로, 법원이 청원을 받아들이면 범죄인 인도 절차가 유예됩니다.
기자 조진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