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망도 어둡다” 북 시장 상인들 한숨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에 마스크를 쓴 이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중국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조선족자치현에서 촬영.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에 마스크를 쓴 이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중국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조선족자치현에서 촬영.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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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 감염병 확산 이전에는 괜찮은 생활을 영유하던 북한 시장 상인들이 3년째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인들은 내년에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28일 “올해 들어 이전에 돈을 잘 벌며 걱정 없이 살던 시장 상인들도 하루하루 겨우 버티고 있다”며 “시장에는 물건을 사러 오는 주민보다 물건을 팔려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장사가 안된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10월부터 12월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옷차림이 바뀌고 집수리와 집 꾸리기를 비롯한 겨울나기 준비에다 설명절을 맞는 등 시장 상인에게 1년 중 돈벌이가 가장 잘되는 시기였다”며 “하지만 최근 3년간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로 인한)국경 차단으로 전자제품과 잡화 같은 중국산 물품을 주로 팔던 상인들이 제일 큰 타격을 입었다”며 “시장에서 파는 텔레비와 녹화기 같은 전자제품과 배터리와 가스라이타 같은 잡화 제품은 100% 중국에서 들여왔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중국산 새 상품을 구할 수 없게 된 상인들 대부분이 다른 품목 장사로 전환했다”며 “자동차와 오토바이용 밧떼리(배터리)를 팔며 한때 돈을 잘 벌었던 내 친구는 지난 3년간 장사 밑천을 다 잃고 지금 남새(채소)장사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시장에서 물건이 잘 팔리지 않는 것은 주민들의 주머니가 텅 비었기 때문이다”라면서 “이전에는 장사를 못하는 주민도 물품 도매를 크게 하는 상인을 돕거나 옷과 가방 같은 물건과 빵, 과자 등을 만드는 임가공 노동으로 돈을 벌 수 있었으나 지금은 돈벌이를 할 데가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주민들은 국경이 개방되지 않는 한 내년의 사정도 올해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이런 암울한 전망에 일반 주민들은 물론 시장 상인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혜산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27일 “코로나 이전에 혜산은 중국과의 공개무역과 밀무역으로 시장이 흥청거리고 주민들도 활기에 넘쳐 있었지만 지금은 이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시기 혜산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각종 물건을 넘겨받기 위해 전국곳곳에서 상인들이 몰려왔다”며 “그러던 혜산이 지금은 국경을 통해 들어오는 물자가 전혀 없고 밀수도 하지 못하면서 모든 생필품을 다른 지역에서 들여와야 하는 살기 힘든 도시로 전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혜산을 통해 전국으로 유통되던 대부분의 중국 물품은 국가 무역이 아니라 화교를 비롯한 개인 장사꾼과 밀수를 통해 들어왔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최근에는 양력설보다 음력설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주민들은 아직은 새해가 시작되는 양력설을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을 제외하고 일년 중 가장 큰 명절로 쇠고 있다”며 “이런 설날이 당장 코앞인데 시장이 썰렁할 정도로 설명절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는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돈이 없으면 겨울내 양강도의 특산물인 감자만 먹고 살아야 할 판이다”라면서 “하루하루 겨우 살아가는 일반 가정은 물론 시장 상인들도 이 추운 겨울과 내년을 어떻게 무사히 넘길지 걱정이 태산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