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일가 일대기 일부 달력서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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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북한에서 출판된 일부 달력에 김일성 일가의 생일, 사망일 등 주요 일대기가 표기되지 않아 주민들이 의아해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4일 “해마다 달력에 특별히 눈에 띄게 표시되던 김일성의 아버지와 어머니인 김형직과 강반석,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의 생일과 사망일이 올해 일부 달력에는 표기되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해마다 빠짐없이 표기되던 것이 없어진데 대해 주민들이 의아해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해마다 여러 기관들이 새 달력을 내놓는다”며 “그런데 다른 달력과 달리 외국문출판사에서 백두산과 만경대, 정일봉 등 풍경을 담아 출판한 달력과 새로 건설된 삼지연시의 모습을 담은 달력에 김형직, 강반석, 김정숙의 생일과 사망일을 표기하는 문구가 싹 없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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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의 생일이 표기된 외국문출판사의 작년 12월 달력(위 사진 빨간 네모)과 표기가 빠진 올해 12월 달력(아래 사진) /RFA Photo

소식통은 이어서 “김일성 일가의 출생일은 국가적인 휴식일은 아니지만 매년 달력에 ‘항일의 여성영웅 김정숙동지께서 탄생하시였다’는 식으로 표기가 되었고 사망일도 그렇게 표기되었는데 외국문출판사가 낸 올해 달력에 그 표기가 없어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외국문출판사는 우리나라에서 외국어로 된 대외선전용 도서와 출판물을 전문으로 찍어내는 유일한 곳이고, 특히 김정숙은 지금까지 김일성, 김정일과 나란히 ‘백두산 3대 위인’, 백두산 3대 장군’으로 불렸는데 그런 김정숙의 생일과 사망일을 달력에 표기하지 않은 것은 실수라고는 볼 수 없고 당의 방침에 따른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번 일은 최근 몇몇 기관과 단체, 학교들의 명칭에서 김일성과 김일성의 삼촌(김형권), 동생(김철주)의 이름이 사라지고 있는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며 “국내용 달력과 달리 대외선전용 달력에는 김정은의 일대기를 새로 표기하고 김일성 일가의 일대기 표시를 없앤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외화벌이 노동자로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한 소식통은 4일 “우리 숙소에 있는 달력도 외국문출판사에서 출판한 것인데 거기에도 김형직, 강반석, 김정숙의 생일과 사망일을 알리는 문구가 없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해당 달력은 선양에 있는 영사관에서 직접 배포한 것”이라며 “처음에는 몰랐으나 누군가가 발견하고 ‘이번 달력에 김정숙동지의 생일이 표시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바람에 달력을 살펴보다가 김형직과 강반석의 생일, 사망일이 모두 표기되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다른 기관도 아니고 국가를 대표하는 외국문출판사가 달력에 김일성 일가의 생일과 사망일을 표기하지 않은 것은 중앙의 지시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라며 “나와 같이 중국에 외화벌이 노동자로 나온 근로자들은 대부분 어린 여성들인데 한동안 이 문제가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