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북한 당국이 설명절(2.1)을 맞으며 집을 나와 길거리를 떠도는 노인들을 단속해 양로원에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운영난에 직면한 양로원에서는 노인들을 다시 쫓아내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남도 함흥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29일 “오늘부터 사포구역에서 보안서 순찰대가 구역 내를 돌면서 역전과 장마당,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노인들을 차에 태워 양로원 시설에 이송하고 있다”면서 “이 조치는 구역당위원회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구역당위원회의 이 같은 조치는 음력설(2.1)을 앞두고 생계에 내몰려 길거리를 떠도는 노인 방랑자를 각 지방 당 조직이 반드시 책임지고 근절하라는 중앙의 지시에 따라 내려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하지만 구역당위원회도 길거리를 떠도는 노인들의 숙식을 장기간 보장할 자금이 없어 단속한 노인들을 양로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데 양로원 또한 지금 수용하고 있는 무연고 노인들을 먹일 식량도 부족해 허덕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양로원책임자는 구역당위원회가 강제로 보내온 길거리 노인들을 일단 양로원 안에 있는 별도의 임시시설에 격리 수용한 다음 구역보안서와 논의해 노인들의 자녀가 어디에 사는지 거주지를 찾아내 설명절 전이라도 자녀의 거주 지역으로 다시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자녀의 돌봄을 받지 못해 거리를 떠돌던 노인들은 설명절이 다가오는데 따뜻한 밥 한끼도 못 먹고 다시 양로원에서 쫓겨나 자식들의 집으로 돌아간다”면서 “그러나 코로나사태로 인해 자식들도 식량이 모자라 극한 상황에 몰려 있는데 돌아온 노부모를 반길 리가 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 은산군의 한 주민소식통도 같은 날 “은산군 당위원회에서도 설명절을 맞으며 길거리 방랑자를 근절하라는 중앙의 지시로 노년층 방랑자 단속에 나서고 있다”면서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늘어나고 있는 방랑자를 모아 숙식을 제공하기에는 지방정부의 재정이 너무나 열악하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 사태 후 은산군에는 집을 떠나 길거리를 방랑하는 노인들이 부쩍 늘어났다”면서 “생활고에 내몰린 주민들의 윤리와 도덕적 가치관이 파괴되어 노부모를 내쫓거나 학대하는 현상이 늘어나 노인들이 스스로 자식의 집을 나와 방랑자 신세로 내몰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노부모 학대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당국에서는 생활이 어렵다고 자기를 낳아주고 키워준 부모를 모시지 않고 학대하는 것은 앞으로 당과 국가도 배반할 수 있는 반혁명분자로 될 수 있다며 노부모학대문제를 비사회주의현상의 투쟁대상으로 사상교양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당국의 이 같은 사상교양에 일부 주민들은 미사일 발사에 탕진하는 자금으로 주민들에게 식량을 풀어(공급해)주면 민생이 안정되어 노부모 학대가 저절로 해결될 것이 아니냐며 반문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