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2월 16일 김정일 생일 80주년을 맞아 이례적으로 대사령(사면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일생일 경축 대사령인 만큼 출소자의 범위가 제법 크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14일 "지난 12일 상습절도죄로 함흥교화소에 수감되었던 우리 동네의 한 주민(40대 남성)이 2월 16일 대사령을 받아 출소했다"면서 "이번 대사령은 김정일 생일 80돌을 경축하는 의미에서 총비서(김정은)의 특별 배려로 내려진 것이라는 선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반체제, 반국가정치범과 살인, 강도, 마약사범과 같은 강력범죄자들은 대사령에서 제외되었다"면서 "올해 광명성절에 2.16대사령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아 수감자 가족들이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조용하다가 2월 16일을 일주일을 앞둔 지난 9일 대사령이 발표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번에 대사령으로 석방된 이들은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로 간신히 걸음을 옮길 수 있는 정도여서 주민들이 충격을 받았다"면서 "일부 수감자는 운신할 수도 없어 가족들이 담가(들것)에 실어 집으로 데려왔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미 6개월전에 2.16대사령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아 수감자들과 그 가족들이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5년형기를 감해줄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3년 감면으로 발표되어 형기가 3년이상 남은 수감자의 경우 남은 형기에서 3년을 뺀 나머지 형기를 채워야 출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2월 16일을 일주일을 앞둔 9일부터 13일까지 대사령 대상자들이 출소했다"면서 "이번 대사령 대상자는 형기를 절반 이상 채운 재소자들이며 대상자 중에서 남은 형기의 3년을 감면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따라서 사면대상자라 하더라도 곧바로 출소하지 못하는 재소자가 많은데 함흥교화소의 경우 전체 재소자가 6천명인데 이번에 석방된 사람은 1천여명이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대사령과 관련해 그간 광명설절에는 대사령이 없었고 북한 매체의 보도도 없었다면서 대사령이 실시되기 전까지 너무 조용해 이번에는 실시되지 않는 것으로 알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황해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같은 날 "2월 16일 광명성절 80돌을 맞으며 전국에서 대사령이 내려졌다"면서 "개천과 증산, 함흥, 사리원, 등지의 교화소들에서 많은 수감자들이 석방되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곳에서는 사리원교화소에서 대사령을 받아 출소한 한 여성(18세)의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면서 "어려서 부모를 잃고 꽃제비로 살다가 절도죄로 수감된 그는 교화소에서 옥수수를 통째로 빻아 쪄낸 질 나쁜 식사를 제공받았는데 이를 두고'태어나서 하루 세끼를 먹어본 것은 여기(교화소)가 처음'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 사람들을 숙연하게 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 여성은 대사령을 받고도 돌아갈 집도 가족도 없어 해당 지역의 동사무장과 동당비서가 데려갔다"면서 "학교를 다니지 못해 글도 모르고 어려서부터 동냥으로 살았던 그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번 대사령은 원수님의 크나큰 배려라며 제법 큰 규모로 진행되었다"면서 "수감인원이 1000명 정도인 사리원 교화소에서 600여명이 대사령으로 형기가 3년 줄어들었고 그 중 형기3년 감면으로 이미 형기를 마친 300여명이 석방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2.16 대사령에도 반국가범죄, 살인 강도, 마약사범 같은 중범죄인들이 수용되어 있는 청진시의 수성교화소와 같은 시설에서는 한 명도 석방된 사람이 없어 정치적인 이유로 수감된 재소자들은 죽어도 교화소를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 사실임을 입증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