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북한은 김정은 총비서 집권 이후 국가건설이라는 이름으로 수 많은 건설사업을 전개해왔습니다. 원산·갈마 관광지구 건설, 삼지연 꾸리기, 평양종합병원 건설 등 대규모 건설공사를 벌였지만 그 중 제때에 완공되어 기능을 다 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건설인력을 군인과 돌격대 등 주민노력으로 채우고 건설 자금과 물자를 주민부담으로 전가하는 바람에 민심은 이반되고 인민경제는 악화되고 있습니다. 북한경제를 전공한 탈북기자 손혜민 박사의'북한경제',오늘은 '평양 5만호 살림집 건설' 편을 보내드립니다.
계속된 미사일 발사로 수도 민심 이반...살림집 공급으로 민심 달래기
지난 12일 김정은 총비서가 평양 화성지구 1만호 살림집 착공식에 참석해 ‘올해 안에 수도에 또 하나의 인민의 새 거리가 일떠선다’며 평양살림집 1만호 2단계 건설을 선포했습니다. 지난해 착공한 평양 송신·송화지구 1단계 살림집건설도 완공하지 못한 채 다급하게 시작한 1만호 건설을 ‘2022년 투쟁의 서막’이라고 역설했는데요.
RFA 자유아시아방송과 연락이 닿은 평양의 한 주민 소식통은 15일 “올해 들어 일곱 차례나 미사일을 쏘면서 강성대국이라고 아무리 선전해도 평양시민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현대식으로 지어진 새 살림집을 평양시민들에게 선물한다며 건설공사를 무리하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양 시민: "(코로나 때문에)지금 뭐 할게 없잖아요. 우리가 미사일 아무리 쏴대고 기래야 인민들이 그거 자기네 한데 안겨오는 게 없잖아요. 매일 미국놈을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큰소리 빵빵 쳐야 인민들은 '아니 우린 머 배고파 죽겠는데 기딴 소리만 하나'...그니까 눈에 띄게 보이는 걸 해주려면 건설 밖에 없단 말이에요. 업적이라는 걸 만들려니까..."
즉, 인민의 지도자로 덕목을 보여주며 이반된 민심을 다잡으려고 살림집을 건설해 평양주민들에게 공급한다며 애민지도자의 인상을 심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평양 주민들은 지난해 착공한 평양 송신·송화지구 1만호 살림집도 아직 완공하지 못한 상태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모래와 자갈, 시멘트 등 국내 건축자재로 외부공사는 마무리되었으나 내부공사는 수입산 자재가 필수적이다 보니 완공이 계속 미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무역이 차단되어 건축자재수입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바빠 맞은 당국, ‘평양 살림집 내부공사 자재부터 수입하라’
북한 당국은 지난 1월 중순 단둥-신의주 열차운행을 전격 재개하고 평양 1만호 살림집 내부공사용 자재부터 수입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무역일꾼은 “요즘 평양 송신·송화지구 살림집 내부공사 자재를 우선 수입하라는 중앙의 지시로 단둥-신의주 화물열차와 해상무역 선박으로 살림집 내부공사용 자재들을 우선적으로 들여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가오는 김일성 생일 110돌 기념일인 태양절(4/15)까지는 평양 송신·송화지구 1만호 건설을 반드시 끝내고 이날 수도시민들이 입사하는 정치적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민심 결집을 꾀하려는 것입니다.
무역 소식통: "국산자재 설비로 건설하는 건축 공정은 끝났고...전기하고 내부시설 이런 건 수입 자재가 필요한데 여기서 걸렸거든요. 태양절에 무조건 입사해야 되니까 요즘 그거부터(내부공사자재) 수입해요."
소식통에 의하면 내부공사용 자재와 설비의 일부는 당 자금을 풀어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으나 나머지는 각 무역기관에 할당되었습니다.
특히 김정은의 선물로 공급되는 살림집 아파트는 가구와 가전제품을 일식(완전히)으로 갖추고 도배와 장판지 등 내부 장식도 제대로 해야 합니다. 따라서 비용이 많이 드는데, 해당 비용은 전부 평양시 각 구역인민위원회와 기관 기업소에 부담시켰습니다.
평양 시민: "(김정은의)관심 대상(사람)으로 선물되는 집이니까 내부자재 일부는 당 자금으로 수입되는데, 안에 꾸리는 건 기관 기업소 자금이 들어가요. 선물아파트니까 액정 텔레비죤 놔주고 옷장 놔주고 도배도 해줘야 하거든요...이게 모두 배정받을 사람들이 소속된 기관 기업소가 해야 돼요. 그 자금이 많이 들어가요."
결국 각 기관 기업소는 아파트를 배정받은 숫자만큼 살림집 가구와 가전제품 등을 구입할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요. 이는 고스란히 기관 기업소 종업원들과 주민들의 세부담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살림집에 놓아야 할 32촉(인치) 액정TV 한 대 가격이 코로나 이전 800~1000달러, 50촉 액정TV는 1500달러 정도였으나 코로나 이후 가전제품 가격이 오른 것을 감안하면 해당 비용 마련은 쉽지 않습니다.
통일연구원 정은이 박사: "전부 다 선물 대상이 아니라 일부만 국가 집중적으로 자재가 투입된다…그게 진짜 선물아파트이고 나머지는 기관 기업소가 알아서 하는 겁니다."
충성자금 내야 선물아파트공급 받을 수 있어
그런데 평양 기관, 기업소의 간부들은 선물아파트 배정 희망자들에게 충성자금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기업의 자금과 주민들의 세부담만으로는 당국이 부과한 선물아파트 가구와 가전제품 등을 구입할 비용 마련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평양 시민: "기관에서 호소를 해요. 승급을 원하거나 집 배정 받겠다는 사람들한데 충성자금 내라. 그러면 배정도 지원 순서로 해요. 선물아파트가 과학자 기술자나 노력혁신자들에게 주는 건데, 이 사람도 혁신자고, 저 사람도 과학자, 기술자고... 선물아파트 배정받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순위권이 어케 되겠어요?...충성자금 많이 낸 사람이 당선되죠."
결국 충성자금이 부족하면 과학자, 국가공로자도 선물아파트 대상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집이 없는 과학자, 기술자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선물아파트를 배정받으려고 개인자금 융자해 충성자금 바치는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지는 현실, 이것이 바로 김정은이 추진하는 평양 1만호 살림집공급의 이면입니다.
통일연구원 정은이박사는 “북한 당국이 선물아파트라고 건설해도 일부만 국가가 투자해서 건설하고 실제는 기관 기업소에 할당해 건설하고 있다”면서 “평양 려명과학자거리를 봐도 전부 선물 아파트로 공급된 것이 아니고 몇 채만 선물 아파트로 공급하고 과학자거리를 조성했다”고 말했습니다.
통일연구원 정은이 박사: “지금 북한이 경제도 어렵고 지방 같은 경우는 자체 건설에 있어서 지자체의 자력갱생을 많이 강조했잖아요. 평양도 일정부분 그런 게 적용되지 않나 싶어요. 선물아파트도 너네끼리 알아서 하라 하면 역량이 되는 기관은 할 수 있지만 역량이 안 되는 기관은 할 수 없고 격차가 나잖아요. 그 중에서 일부는 안 되니까 돈주 자금 받아들여서 분양도 하고 국가계획도 하는 양상이 나타날 것 같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