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농장내 '씨족 세력'에 촉각 세우는 북한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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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영농철을 앞두고 북한당국이 협동농장 작업반 내 분조(8-15명)에 같은 성을 가진 씨족 집단이 있을 경우 이들을 다른 분조에 분산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장 간부에 맞설 수 있는 세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안주의한주민소식통은 22일“요즘안주에있는협동농장리당위원회들이농장작업반분조에성씨가같은친척이세명보다 많이있으면다른분조로분산배치하고있다”고자유아시아방송에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리 당위원회의 이 같은 조치는 올해 농업부분에서 알곡생산을 증대하려면 옥수수 대신 밀·보리를 재배해 알곡생산 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이러한 당 정책 관철에 도전할 수 있는 자그마한 불씨도 사전에 없애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실제로 내가 일하는 안주 선흥리 협동농장의 한 작업반 내 어떤 분조에는 이씨 성을 가진 농민만 열 명이 넘는다”면서 “이들의 족보를 따져보면 선흥리 농촌에서 태를 묻고 살면서 12촌내의 친척관계를 이루고 있어 이들은 농장 작업반장보다 친척 중심으로 뭉쳐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그런데 당국이 느닷없이 이들을 농업정책을 앞장서 관철하는 농장 간부에 맞설 수 있는 잠재 세력으로 보고 전부 다른 분조로 조동해 분산시켰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 숙천군의 한 소식통도 같은 날 “다가오는 영농철을 앞두고 숙천군에서도 농장작업반 분조에 친척 관계인 같은 성씨가 세 명 이상 몰려 있으면, 다른 분조로 분산 배치하는 행정사업이 당적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검흥리협동농장 내 한 작업반 어떤 분조에는대대손손해당지역에서농민으로살면서사촌에팔촌까지족보를이루는한씨성을가진성인남성과여성만해도열세명이있었다”면서“그런데당국이이들을갑자기세명씩각각다른분조에배치하고있다”고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당국이 협동농장에 성씨가 같은 친척들이 몰려있는 현상에 촉각을 세우고 대처하는 것을 두고 농민들 속에서는 올해부터 옥수수 밭에 밀 보리를 재배하라는 농업정책을 농민들이 고분고분 따르게 하려는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며 “농촌지역에서 대대로 모여 살고 있는 친인척들을 분산시키는 게 농업정책 관철 방안이냐며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에서는 역사적으로 농촌 진지를 강화하라는 당의 방침에 따라 협동농장의 농민들이 도시로 이동하는 것을 정책적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농촌지역에는 성씨가 같은 친족과 친척들이 밀집되어 살면서 집성촌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옥수수보다 밀·보리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이는 수확이 빨라 보리고개 시기 가장 심각한 식량난을 우선 막는데 활용할 수 있고 옥수수보다 비료가 적게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밀·보리를 심어야 산성화된 토질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협동농장에 소속된 농민 입장에서는 밀·보리는 옥수수와 비교해 일부 수확량을 빼돌리거나 할 때 가격도 다르고 섭취했을 때 옥수수보다 허기짐이 훨씬 더 심해 식량 대용으로 적절치 않기 때문에 옥수수 재배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