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꾼보다 가난한 북 세포비서들...초급당 비서는 제 살기 바빠

북한 노동당 최말단 책임자들이 세포비서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최말단 책임자들이 세포비서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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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은 지난 달 27~28일 제2차 초급당비서대회를 소집하고 초급당의 기능과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초급당 비서들이 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어 당 조직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주민 소식통은 2일 “평양에서 개최된 제2차 초급당비서대회에서 최고존엄이 초급당비서는 인민을 섬기는 당 간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내용이 노동신문에 보도되었다”면서 “그런데 주민들 속에서는 ‘초급당 간부가 무슨 힘이 있어서 인민을 제대로 섬기겠냐’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신의주시만 보아도 시 당 산하 각 공장의 초급당조직이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자면 초급당 산하 하부말단조직인 작업반 세포비서들이 정상적으로 역할을 해야 당의 유일적영도가 실현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런데 공장의 초급당조직을 떠받쳐야 할 당세포비서들 중에는 가난에 찌들려 가족의 생계도 못 이어가는 사람이 수두룩한 데, 어떻게 이들이 당정책 선동과 실행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냐”면서 “이미 하부조직(세포비서)이 무너져 제 기능을 못하는 초급당조직이 인민을 섬기는 심부름꾼이 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월급도 못 타면서 공장에는 꼬박꼬박 출근해야 하는 당 세포비서들은 리어카(손수레)를 끌면서 손님들의 짐을 날라주고 돈벌이 하는 길거리 짐꾼보다 더 가난해서 세포비서들의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 은산군의 한 주민 소식통도 같은 날 “김정은시대 들어 두 번째로 개최된 초급당비서대회는 당의 기층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초급당비서의 역할과 기능을 보다 더 강화해 당의 유일지도체계를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진행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은 당의 기층조직을 떠받치는 정치일꾼인 초급당비서들이 진정한 어머니의 심정으로 인민의 성실한 심부름꾼이 되어 당의 인민적 정책을 관철할 것을 강조했다”면서 “이에 주민들은 제 식구 먹여 살리기 바쁜 초급당비서들은 당권을 이용해 초급당 산하 세포비서들을 쥐어 짜지만 세포비서들이 돈이 있어야 초급당 비서에게 뭐라도 바칠 게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솔직히 초급당의 하부 말단조직인 당 세포비서들은 말할 것도 없고 초급당 비서들 중에 여유가 있어 당 정책 관철을 우선으로 생각하면서 배고픈 인민에게 밥 한 끼라도 제공할 수 있는 간부가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유일적 지도체제에 매몰된 고지식한 당 세포비서들은 장사할 줄도 몰라 길거리 구두수선공보다 더 가난해 그 위상이 추락하고, 장사에 밝은 공장 기업소 종업원들은 돈맛에 길들여져 당세포비서, 초급당비서 정도는 우습게 여긴다”면서 “아래로부터 흔들리고 있는 초급당 조직이 초급당비서대회를 한다고 해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제2차 초급당비서대회를 개최한 것은 지난 2016년 12월 제1차 초급당비서대회 이후 5년 2개월 만입니다. 북한의 초급당은 중앙당의 정책을 당원들과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도와 통제기능을 수행하는 하부 기층조직이며, 초급당비서는 기층조직의 책임자를 말합니다. 한 개 초급당의 규모는 당원 60명 이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