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노후 화학공장서 화재...당국은 방화로 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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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일 북한 신의주시의 한 화학공장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시찰한 모범단위 공장이지만 오래된 변전설비를 교체하지 않아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고 현지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한 주민소식통은 2일 “어제(1일) 신의주 화학섬유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서 “신의주화학섬유공장은 2018년 7월 총비서(김정은)의 현지 시찰을 받은 교시단위”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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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중국 단동 지역 강변에서 바라 본 신의주화학섬유공장 일대. 화재로 시커먼 연기가 치솟고 있다. /RFA PHOTO

소식통은 당시 진화를 위해 화재현장에 갔는데 “화재사고는 10년이 넘은 오래된 변압기에서 불꽃이 튀면서 주변에 놓아 둔 자재에 불이 옮겨 붙어 큰 화재로 번졌다”는 공장 종업원들의 말을 직접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 공장은 낡은 설비를 교체하지 못해 2019년 말부터 가동을 중단한 상태인데 공장 부지에 신의주시의 경공업 공장들에 보낼 폐고무, 화학섬유 등 재활용 자재를 쌓아놓다보니 불길이 크게 번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공장은 생산 가동을 중단한 상태고 대신 종업원들이 모여서 중국에서 받은 가발 임가공 작업을 하고 있어 전기는 계속 공급됐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변압기에서 일어난 불길은 파고무와 파섬유 등에 옮겨 붙으면서 검은 불길이 하늘높이 치솟았다”면서 “다행히 공장 종업원들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불이 공장 건물에는 옮겨붙지 않고 2시간 만에 진화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현장에 출동한 시안전부 화재조사반 성원들은 변압기에서 불꽃이 튀어 화재가 시작되었다는 목격자들의 말을 무시했다”면서 “조사반 성원들은 파섬유에서 처음 불이 시작되어 다른 자재에 옮겨 붙었다고 주장하며 이는 당의 정책결정 관철을 방해려는 암해분자들의 책동이라고 결론지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주민들은 오래된 변압기를 교체해주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는데 그것을 엉뚱한 데로 돌리는 저의가 무엇이냐며 반발했다”면서 “아무리 총비서의 현지시찰 단위라고 해도 낡은 설비에서 발생한 화재를 암해분자의 책동으로 사건화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며 지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신의주시의 또 다른 주민소식통은 같은 날 “어제 신의주의 한 화학섬유공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면서 “그런데 사법당국이 이 단순 화재사건을 주민들을 통제하고 여론을 긴장시키는 계기로 삼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신의주 화학섬유공장은 낡은 설비때문에 가동하지 못하고 멈춰서 있은지 오래다”면서 “다만 공장내부의 넓은 공지에 신의주 화장품공장과 신의주 방직공장, 신의주 신발공장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폐고무, 자투리 화학섬유 등 유휴(재활용)자재를 모아 보관하는 장소로 활용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그런데 오래된 낡은 변압기에서 불꽃이 튀면서 인근에 모아놓은 유휴자재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면서 “신의주시 주민들이 모아 바친 폐신발바닥의 고무와 낡은 다야(타이어)에 불이 번지면서 시커먼 연기가 공장 하늘을 뒤덮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화재현장에 출동한 시소방대와 안전원들은 누군가 파섬유 무지(무더기)에 불을 붙여 방화했다며 화재를 사건화 했다”면서 “당에서 모범단위공장으로 내세웠는데 설비노후화로 화재가 발생했다면 중앙으로부터 책임추궁을 당할까 봐 불온세력의 방화사건으로 조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신의주화학섬유공장은 2016년 제7차 당 대회를 계기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따라 공장 현대화를 통해 증산을 이루도록 선전된 본보기 공장입니다. 2018년에는 김정은이 현지지도에 나서 설비 현대화를 위한 공장 개건을 지시하고 모범단위로 지정했지만 공장설비현대화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지금까지 가동을 못하고 있다가 화재사고가 난 것입니다.

사진 설명: 지난 1일 중국 단동 지역 강변에서 바라 본 신의주화학섬유공장 일대. 화재로 시커먼 연기가 치솟고 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