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국에 파견된 북한 여성 노동자 2명이 잇따라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속에서 큰 파장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련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단동시의 한 조선족소식통은 5일 “지난 음력설(2월1일) 즈음에 동강의 의류업체 두 곳에서 일하던 두 명의 북조선 여성노동자가 잇따라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이들 여성 노동자들은 돈 문제와 자신의 신병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이 공장에서 통역으로 일하는 이 소식통은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는 기계수리공한테 이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음력설 전날 늦은 밤에 동강의 한 봉제공장 26살의 여성노동자가 숙소 화장실에서 자살한 것을 다음날 새벽 동료 노동자가 발견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북조선 여성노동자들은 코로나 사태 이전 중국에 파견될 때 인력회사 간부에게 1500달러 안팍의 뇌물을 바치고 파견 노동자로 나왔다”면서 “이들 중 일부는 고리대 업자로부터 돈을 빌려 뇌물을 고이고 원금(1500달러)은 1년 뒤 귀국해서 갚기로 하고 이자는 매달 70~100달러씩 갚아야 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2년 넘게 귀국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자가 원금의 배 이상 불어나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여성노동자들은 중국에서 이자를 갚고 남을만큼 돈을 벌지만 본인들이 귀국할 때 회사로부터 이 돈을 받아갈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로 2년 넘게 귀국을 못하게 되면서 가족들에게 돈을 전달할 수 없어 절망에 빠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북한 여성노동자들은 중국에 올 때 한달에 중국돈2천 위안(약300달러)를 받는다는 계약을 하고 오지만 실제로는 한달에 약300위안(약50달러)정도만 받는다고 밝혔습니다.북한 관리자가 중국 업체로부터 북한노동자 한명 당2천 위안을 받으면 이를 모았다가 귀국할 때 준다고 해놓고 평양시 만세대 건설 등 국가지원을 해야 한다며 노동자들의 월급을 떼먹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노동자들이 이를 항의하고 신고를 해도 당은 관리자가 돈을 많이 바친 사람이라며 싸고 돌기 때문에 결국 신고한 노동자만 나가 떨어진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고작 20대 젊은 여성이 자신이 빌린 고리대로 인해 고국의 부모가 빚독촉에 고통받는다 소식을 듣고 절망감에 빠져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며 “북조선 인력회사 간부들은 본국의 책임추궁이 두려워 동료 여성노동자들에게 입단속을 시키고 자살사건을 비밀에 붙이는 바람에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북조선 인력회사 간부들은 이 여성이 오래된 병으로 사망했다고 북한 당국에 보고했고 이 여성의 시신은 화장되어 압록강에 뿌려졌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 북조선 여성노동자들의 형편이 2~3년 전에 비해 아주 열악해졌다”면서 “하루 12시간의 고된 노동과 영양결핍에 의한 각종 질병과 고국에 있는 부모에 대한 걱정으로 신경쇠약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을 많이 보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단동의 또 다른 조선족 소식통은 6일 “한 달 전 동강의 한 의류업체에 파견된 북조선 여성노동자(27세)가 아파트에서 자살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면서 “그런데 그 여성이 속한 북조선 인력회사에서는 그 여성노동자가 과실로 사망한 사고라고 본국에 보고해 동료 노동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동료 노동자들은 관리자들의 보고는 말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 여성노동자는 북조선에서 약혼을 한 상태에서 결혼자금을 마련하려고 해외파견을 지원했다가 그만 2년 넘게 본국에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다”면서 “2년이 지나도록 귀국시켜 주지 않자 그는 해당 관리자에게 집(북조선)에 보내줄 것을 수차례 제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나 북조선 관리자는 이 여성을 동료들 앞에 세워놓고 외화벌이가 곧 애국이라며 조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제기하는 그의 사상적 오류를 질타했다”면서 “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허리병으로 병원치료를 받느라 그동안 모아 놓은 돈도 다 써버린 그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동료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을 왜곡하고 덮어버리는 북조선 인력회사의 태도에 동료 노동자들은 분개하고 있다”면서 “20대 청춘에 스스로 죽음을 택할 만큼 고통에 시달리던 여성노동자는 죽어서도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시신은 화장해 압록강에 뿌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보통 북한 노동자들이 사망하면 화장 후 유골을 보관하는데 이번에 자살한 노동자들의 유골은 따로 보관하지 않고 압록강에 흘러보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 그러면서 “노동현장에서 전기나 기계조작을 맡아 하느라 자주 마주치던 중국인 노동자들조차 북조선 여성의 비참한 최후에 가슴 아파한다”면서 “외화벌이가 곧 애국이라며 젊은 여성들을 악착같이 부리는 북조선 당국의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이 북조선 노동자뿐 아니라 중국인 노동자들의 원망을 사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