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북한 여성들 속에서 '달밤의 기러기'라는 제목의 그림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둠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 오르는 기러기의 형상이 차별과 인권침해로 시달리는 북한 여성들의 설움을 달래주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8일 “요즘 평양에서 가두여성(주부)들이 좋아하는 그림을 꼽아보라면 ‘달밤의 기러기’가 일순위이다”면서 “‘달밤의 기러기’ 그림을 액자에 넣어 집안에 걸어 놓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어둠이 깃든 황량한 갈대밭에서 달빛이 비추는 하늘로 날아오르는 ‘달밤의 기러기’ 그림은 코로나 사태 이후 이중삼중으로 조여드는 사회적 통제와 당국의 간섭에 지친 여성들이 답답한 세상(북한)을 떠나고 싶어하는 심정을 상징하고 있어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나를 비롯해 우리 여성들은 마음이 쓸쓸하고 슬픔이 밀려오면 달밤을 무리지어 날고 있는 기러기 그림을 바라보면서 억압과 속박의 이 세상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상상을 하며 위로 받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평양에서는 국영상점의 명의를 빌린 개인 가구점에서 ‘달밤의 기러기’ 그림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 그림이 잘 팔리는 것을 본 평양미술대학 대학생들이 학비를 벌기 위해‘달밤의 기러기’ 그림을 다량으로 그려서 가구점에 넘겨주면, 가구업자가 액자에 끼워서 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평양에서 판매되는 ‘달밤의 기러기’ 그림은 주문자의 요구에 따라 크기가 다르지만 보통 폭1m, 높이70cm 정도이며, 가격은 유화냐 수채화냐에 따라 미화 50~10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9일“요즘 평성에서는 돈있는 여성들이 ‘달밤의 기러기’ 그림 액자를 집에 걸어놓는 바람이 불고 있다”면서 “‘달밤의 기러기’ 그림은 평양 상인들이 평성시장 상인에 넘겨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어제도 3.8국제부녀절을 기념해 인민반 여성들이 쌀과 돈을 모아서 음식을 차려놓고 인민반장 집에 모여 춤추고 놀았는데, 인민반장 집에도 ‘달밤의 기러기’ 그림이 걸려있었다”면서 “인민반 여성들이 모두 그림을 보고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겼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인민반 여성들은 달밤의 기러기’그림을 바라보며 ‘어둠을 박차고 높은 하늘로 날아가는 기러기들이 멋지다’고 말을 하면서 먹을 걱정 없고 여성들이 존중받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속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