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작년부터 북한 당국이 청년들을 탄광이나 농촌 등 어렵고 힘든 부문에 자원 진출시키고 있는 가운데 각 지역 청년동맹이 직업이 없거나 기업소에 적만 걸어놓고 장사를 하는 청년들의 실태조사를 시작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강원도 원산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9일 “요즘 각 지역 청년동맹 주관으로 직업이 없거나 공장, 기업소에 적만 걸어놓고 장사를 하는 청년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작년부터 전국에서 청년들을 탄광, 광산, 농촌 등 어렵고 힘든 부문에 자원 진출시키고 있는 사업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2월 말부터 시청년동맹 일꾼들이 각 공장, 기업소를 돌며 종업원 명단과 청년동맹이 가지고 있는 맹원(조직원)명부를 대조하며 적만 걸어놓고 직장에 출근하지 않거나 조직생활에서 누락되고 있는 인원들을 장악(파악)하고 있다”며 “맹원 명부를 재확인하는 것은 청년동맹이 정기적으로 하는 일이지만 기업소 종업원 명단과 맹원 명부를 일일이 대조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작년부터 지금까지 당조직과 청년동맹 조직들이 당적지도와 사상교양사업을 강화하여 청년들을 탄광, 광산, 농촌 등 인민경제의 어렵고 힘든 부문에 적극 자원 진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이달 초에도 강원도에서 160여 명의 도시 청년들이 농촌으로 자원해서 진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런데 탄광과 광산, 농촌과 목장에 자원한 청년들을 보면 간부 자녀나 돈주들의 자녀는 한 명도 없고 대부분 평민의 자녀들이다”라면서 “특히 부모가 없는 고아로 애육원을 거쳐 중등학원을 졸업한 청년들 중 군대에 가지 않은 대상들은 의무적으로 탄광과 농촌 자원진출자 명단에 포함되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어렵고 힘든 부문에 자원 진출하는 사업이 여러 번 되풀이 되다 보니 이제는 진출자 명단에 새로 넣을 청년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면서 “이번 청년동맹 명단 대조사업은 직장에 제대로 출근하지 않거나 조직생활에 누락되고 있는 청년들 중에서 이런저런 이해관계로 기업소 간부들이 감싸고 있는 대상을 찾아 내 탄광과 농촌에 진출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남도 단천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10일 “청년들에 대한 실태조사가 인민반을 통해서도 진행되고 있다”며 “시청년동맹 일꾼들이 담당안전원과 함께 각 지역을 돌며 인민반장을 통해 직업이 없거나, 직장에 제대로 출근하지 않거나, 적만 걸어놓고 장사를 하는 청년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과 인민반 매 가정의 속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인민반장이다”라며 “이번 조사에 인민반장과 각 지역에 정보원(스파이)을 가지고 있는 담당안전원까지 동원된 만큼 직장에 나가지 않는 청년은 누구라도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청년들을 힘든 부문에 자원 진출시키는 사업은 겉보기에는 청년동맹이 책임지고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노동당이 직접 책임지고 내밀고 있다”며 “안전원들이 청년동맹 지도원들과 같이 자기가 담당한 지역을 돌며 조사하는 것만 봐도 노동당의 지시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솔직히 스스로 자원해서 어렵고 힘든 부문에 가겠다는 청년이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청년들은 대부분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노동당과 청년동맹에 강제로 떠밀려 자원진출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번 조사가 끝나면 또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무직자 혹은 조직생활 누락자의 딱지를 쓴 채 무더기로 탄광, 광산, 농촌 진출자 명단에 포함될지 모른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