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주민들에 비료 대용 ‘구들재 바치라’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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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당국이 협동농장들에 올 농사준비를 다그치는 한편 주민들에게는 비료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들재'를 모아 바치도록 지시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0일 “어제 덕천에서 시 당 간부가 직접 주민회의를 열고 농촌에 지원할 구들재를 바치도록 포치했다”면서 “세대마다에 부과된 구들재는 3kg이며 이달 말까지 동사무소에 바쳐야 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해당 과제는 요즘 벼 모판 만들기 등 영농준비를 다그치고 있는 협동농장들마다 비료가 부족해 올 농사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비료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들재를 전 인민적 운동으로 지원하라는 중앙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에서 구들재는 부엌 아궁이에 연탄이나 나무 등을 난방과 취사용으로 사용할 때 연료가 타면서 생기는 그을음이 아궁이와 연결된 온돌입구(구들)에 붙은 것을 말합니다. 주민들은 보통 3-4개월에 한번씩 쇠갈구리로 아궁이를 지나 온돌에 붙은 그을음, 즉 구들재를 긁어내 텃밭 남새와 옥수수를 재배하는 비료대용으로 사용해 왔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회의를 소집한 당 간부는 분뇨로 생산한 퇴비도 비료대용으로 쓸 수있지만 볍씨를 심어야 할 벼 모판의 밑거름으로는 구들재가 유기질비료로 가장 뛰어난 효능이 있으므로 모든 주민들은 농업전선을 돕는 심정으로 구들재를 더 많이 바쳐야 한다고 독려하였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그러나 주민들은 국가가 난방용과 취사용 연료도 공급하지 않아 비싼 구멍탄을 조금씩 사다가 밥을 해먹고 있는데, 구들재 3kg가 어디서 나겠냐며 수군거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같은 날 “어제 용천군당에서는 읍에서 사는 주민세대들에 협동농장에 급히 지원할 살림집 구들재를 3kg씩, 이달 말 전으로 반드시 바치도록 지시하였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금까지 당국이 빈번하게 주민들에게 농촌에 지원할 인분가루와 퇴비과제를 부과해왔지만, 구들재까지 세대별 과제로 부과한 것은 드문 일이다”라면서 “볍씨를 뿌려야 할 모판밑거름으로 퇴비보다는 비료대용 효능이 열배나 뛰어난 구들재를 깔아야 벼모가 잘 자라 알곡생산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러나 주민들은 살림집 한 세대에서 구들재를 털어봤자 1kg 정도 나오는데, 3kg의 구들재를 어디에서 구하느냐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당의 지시를 거역할 수도 없는 주민들 속에서 벼 짚단을 태운 재를 구들재와 섞어 바치는 현상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