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당국이 올해 사범대학졸업생들 가운데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 출신 졸업생 위주로 환경이 아주 열악한 농촌지역 학교 근무를 탄원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이명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14일 “3월 졸업을 앞두고 있는 청진시 송평구역의 오증흡청진사범대학 졸업생들 중에서 뒷배 없는 학생들이 농촌지역 학교와 분교들에 탄원할 것을 강요당하고 있다”면서 “탄원자 명단에 들어간 졸업생들과 그 부모들은 자신과 자식들의 불우한 처지를 놓고 깊은 시름에 잠겨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에 탄원지역으로 선정된 학교들은 도안에서 제일 생활여건이 열악한 경흥군, 무산군, 길주군, 어랑군, 온성군을 비롯한 산골오지에 있는 학교와 그 분교들”이라면서 “이들 지역은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져있어 새로 젊은 교원들이 배치돼 와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뇌물을 고이거나 사업을 해서 다른 지역으로 가버리다 보니 이들 지역의 학교들은 항시적으로 교원부족에 허덕이는 형편에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당국에서는 농촌지역 학교의 교원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졸업하는 사범대학졸업생들에게 농촌지역 학교 근무를 탄원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면서 “오증흡청진사범대학의 경우, 총 200여명에 달하는 올해 졸업생들속에서 20명을 지정하여 농촌지역에 있는 학교들에 탄원시켰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이번에 탄원자 명단에 들어간 대상들을 보면 제대군인 졸업생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면서 “이들은 십년 이상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추천 받아 어렵게 4년의 대학과정을 마쳤는데 생활여건이 열악한 농촌 분교에 탄원하라는 당국의 압력을 받아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같은 날 “김정숙사범대학교를 비롯해 도 안에 있는 사범대학들에서 올해 졸업하는 일부 학생들에게 농촌지역과 오지에 위치하고 있는 학교와 분교들에 탄원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탄원자가 많은 학부를 보면 어문학부, 역사학부, 수학학부들로 이들 학부에는 서민 자녀들이 많이 다니고 있어 탄원과 관련한 편파성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양강도는 삼지연시를 비롯해 도시보다는 산간오지가 유독 많다”면서 “도당과 각 사범대학에서는 이번에 산간오지에 탄원하는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탄원 모임과 축하공연을 조직한 자리에서 ‘당의 교육정책을 받들어 사회주의후비대를 키우는 사업에서 직업적 혁명가로서의 임무를 다할 데 대해’ 역설했지만 강제로 탄원해 산간오지에 배치된 교원들이 학교에서 제대로 학생들을 가르칠 의욕이 나오겠냐”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이명철,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