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1만세대 초고층 아파트 입주민 "고층 배정 불만"

김정은 총비서가 완공을 앞둔 평양 송신ㆍ송화지구 1만 가구 주택 건설현장을 현지 시찰했다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완공을 앞둔 평양 송신ㆍ송화지구 1만 가구 주택 건설현장을 현지 시찰했다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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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작년말 준공 예정이었던 북한 평양시 1만세대 살림집건설이 최근 완공되어 곧 입사(입주)식이 열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새 아파트 입사증을 받은 주민들 속에서 층수 배정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시의 한 주민소식통은 17일 “어제 노동신문에 김정은 총비서가 완공을 앞둔 송신 송화지구 살림집건설현장을 찾았다는 소식이 실렸다”면서 “그러나 해당 아파트 입사증을 받은 주민들 속에서는 아파트 층수 배정을 두고 반발이 일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입사예정자들은 아파트 저층과 고층 세대 배정이 불공평하게 이뤄졌다며 당국을 성토하고 있다”면서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간부들은 10층 이하, 평양시 1만세대건설사업에 돈을 많이 바친 열성 세대는 20층 이하에 배치하면서 돈 없고 힘없는 일반 세대는 20층 이상에 배정되었기 때문”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당국에서는 새 아파트가 주체성과 민족성, 현대성을 철저히 구현한 당의 건축미학사상이 정확히 집행된 걸작이라고 선전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전기공급이 불안정하고 자주 정전이 되는 실정에서 80층 초고층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언제든지 최악의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당국에서는 송신송화지구가 주체사상과 주체문화, 우리식 문명의 중심지로, 인민의 리상이 꽃펴나는 위대한 도시로 훌륭히 전변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형편에서 80층 초고층 아파트가 왜 필요한 것이냐”면서 “김정은의 치적 선전을 위해 전시용 초고층 아파트를 지어놓고 힘없는 서민들을 고층에 입사시키는 행태를 성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정전이 되면 승강기는 물론 수시로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어 식수와 위생실(화장실) 등 생활용수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고 난방은 물론 연료공급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정전이 발생하면 고층 아파트는 지옥이나 다름없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평양시내 다른 고층 아파트에서는 입주민끼리 한 층 아래의 집으로 내려가기 위해 거액을 주고 집을 맞바꾸는 주민들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양시의 또 다른 주민소식통은 같은 날 “태양절(4/15 김일성 생일)을 계기로 송신송화지구 1만세대 살림집 입사식이 예정되어 있다”면서 “지난해 시작된 평양시 1만세대 살림집건설이 해를 넘겨 완공되었지만 입사가 예정되어 있는 주민들은 기대보다는 불안감에 싸여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오는 4월 9일부터 15일 사이에 1만 세대 살림집 입사가 예정되어 있는데 모든 입사자들이 20층 이하의 저층을 원하고 있다”면서 “평양은 24시간 전기를 준다고 하지만 만성적인 전기 부족으로 정전이 잦은데 일단 정전이 되면 초고층 아파트는 바깥 출입이나 생활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아파트 건설과정을 지켜본 해당 지역 주민들은, 저층은 수입산 자재를, 고층은 품질이 낮은 국내산 자재를 썼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처음 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간부들과 돈주들은 20층 이하의 저층에 배정할 계획을 세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사실상 송신송화지구 새 살림집의 고층에 배정을 받은 주민들은 입사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면서 “당국이 인민의 사정은 아랑곳 하지 않고 현실에 어울리지 않는 초고층 아파트를 건설하는 바람에 입사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