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일부지역 땔감부족 심각…나무 울타리 뽑아 때는 주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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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마다 제기되는 북한의 땔감부족 문제가 최근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민들은 땔감 마련을 위해 멀리 떨어진 산과 들을 헤매지만 변변한 땔감을 구하지 못한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박정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량강도 혜산시의 한 주민소식통은 20일 “요즘 혜산시의 땔감 문제가 최근 10년이래 가장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면서 “혹독한 겨울을 간신히 보냈지만 여기(혜산시)서는 작년 가을 준비했던 땔감이 바닥나 화목 구하기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3월에 들어서면서 대부분의 세대들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하루에 한 번 취사를 위해 불을 땐다”면서 “하루에 한 번 불을 때기 위해서 주민들은 매일 산과 들을 전전하며 나뭇가지나 건초, 마른 풀뿌리 등 불을 지필 수 있는 것은 닥치는 대로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제 가까운 산에서는 화목은 구경하기도 힘들고 나무 그루터기나 낙엽조차 남아있지 않아 사람들은 먼 곳에 있는 산으로 땔감을 수집하러 가야만 한다”면서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산으로 가거나 인적이 드문 산비탈, 주민 통제구역까지 들어가기도 해 곳곳에서 주민과 산림보안원의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얼마 전 우리 동네에 사는 관절염으로 장거리 보행이 어려운 한 60대 남성이 가까운 지역의 산비탈에 올라 건초를 긁어 모으다 발을 헛디뎌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면서 “이 남성은 목숨에는 지장이 없지만 한쪽 얼굴이 여러 군데 긁히고 갈비뼈까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땔감을 구하려다 사고를 당한 사례는 이 외에도 많지만 시장에서 장작을 구입할 돈이 없는 서민들은 매일같이 산과 들로 땔감을 구하러 간다”면서 “구들(온돌방)을 덥히는 것은 아예 포기하고 취사 때에만 불을 때는데도 하루라도 땔감을 구하지 않으면 밥도 해먹지 못할 현실에 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임업관련 소식통은 같은 날 “봄을 맞으면서 청진시 주민들은 그나마 화목에 대한 부담이 조금이나마 줄었다”면서 “하루에 두 세 번씩 불을 때지 않고는 추위를 견딜 수 없는 겨울과 달리 지금은 기온이 올라 하루에 한 차례, 저녁에만 불을 지펴도 그러 저럭 버틸만 하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청진시를 비롯해 도내의 도시지역 가까이 있는 산들은 모두 민둥산이라서 시내 어느 지역에서건 4~6시간씩 걸어가야만 겨우 하루 사용할 수 있는 땔감을 수집할 수 있다”면서 “마을에서 가까운 산들은 잡관목이며 낙엽까지 완전히 고갈되어 산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민둥산 그 자체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작년 겨울 청암구역의 한 농촌지역에서는 엄동설한에 산에 나무를 구할 수 없어 나무 울바자(울타리)까지 다 뽑아 땠다는 집들이 많다”면서 “해마다 당국에서는 산림조성을 위한 식수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땔감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산림조성사업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북한의 산림면적은 10년 전보다 약 21만 헥타르(ha)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기나긴 산림복구전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산림면적은 30년 연속 감소했다고 동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기자 박정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