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해외노동자 착취…여성노동자 더 강하게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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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당국이 해외에 파견된 노동자들을 착취할 뿐 아니라 여성 해외노동자들을 특히 강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탈북민의 증언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자유연합’은 25일 제66차 유엔 여성지위 위원회(Commission on the Status of Women) 개최 기간을 맞아 북한 여성의 인권 실태를 논의하는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나민희 씨는 이날 행사에서 북한 당국은 해외 파견 노동자들을 속이며 착취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여성 노동자들을 특히 강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015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후 대학교에 재학 중인 나 씨는 지난 2014년 10월부터 약 1년간 남유럽에 위치한 섬나라인 몰타에서 해외노동자로 생활한 경험에 대해 영어로 증언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나민희 : 저는 오늘 여러분에게 북한인권 문제를 더 자세히 살펴볼 것을 촉구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며 착취당하고 있는 북한 여성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나 씨는 전문대학교 졸업 후 지인을 통해 몰타의 한 봉제공장에서 일할 기회를 소개받았다며 당시에는 월급 500 유로, 즉 550 달러를 약속받았다고 회상했습니다.

다만 몰타에서 일을 하고 받은 급여는 월 130유로, 즉 143달러에 불과했다고 말했습니다. 노동자들은 당국의 속임에 넘어간 것에 분개했지만 문제를 일으킬 경우 북한으로 송환돼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하소연할 수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나 씨는 또 공장에 배치된 보위원은 매월 노동자들에게 영문으로 된 문서에 서명하도록 했지만 그 내용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나민희 : 우리는 우리의 급여가 정확히 얼마인지 조차 까맣게 몰랐습니다. 이후 저는 제가 받았어야 하는 급여의 10%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외부 압력에 의해 노동자들의 근무 시간이 줄어든 일도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유럽연합과 몰타 정부가 해당 공장의 북한 노동자 착취 정황을 파악하고 조사에 들어가자 공장의 평판이 떨어졌고 이로 인해 일 13시간 주 6일 근무가 일 10시간 주 5일 근무로 바뀌었다는 설명입니다.

나 씨는 여성 노동자들이 남성 노동자들보다 더 많은 통제를 당한다고도 증언하며 보위원은 여성노동자들의 도착과 동시에 이들의 여권을 압수하고 가족과 주고받는 편지를 검열하는 한편 외국인과의 소통을 금지하는 등 이들을 철저히 감시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일부 여성 노동자들이 부업을 하려는 시도에 보위원은 이들이 납치당할 위험이 있다며 이를 무산시킨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나민희 : 우리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유럽에서 죄수나 마찬가지로 취급당했습니다. 혼자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곳은 화장실 뿐이었습니다. 산책을 갈 때 조차 4명 이상이 함께 움직여야 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2021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비정부단체 등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 출신 해외노동자들은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제한된 급여만을 받고 있으며 북한 당국이 해외 노동자 급여의 70-90%를 압수해 모아들이는 수입은 연간 총 수억 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