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동계훈련에 지친 군인들에 나무심기 과제 부과

북한 군인들과 근로자들이 나무를 심고 있다.
북한 군인들과 근로자들이 나무를 심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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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군 당국이 식수절(3/2 식목일)을 계기로 전 부대들에 나무심기 과제를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인들은 동계훈련으로 인한 피로를 풀 사이도 없이 나무심기에 동원되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이명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의 한 군 관련 소식통은 24일 “총정치국에서는 식수절(3/2)을 맞으며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무를 심은 것을 두고 최고존엄의 업적 띄우기에 나섰다”면서 “전체 군부대들은 최고지도자를 본받아 산림조성사업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부대주변이나 주둔지역들에 대한 나무심기를 태양절(4/5 김일성생일)전으로 끝낼 것을 지시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모든 군관들과 군인들에게 일인당 3그루씩 나무를 심을 데 대한 과제가 주어졌다”면서 “묘목은 공급해주는 게 아니라 군인들이 자체로 산에서 어린 나무를 떠다가 심어야 하는 관계로 군인들은 휴식일도 쉬지 못하고 묘목 떠오기와 나무심기에 내몰리고 있어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가까운 산에는 어린 나무가 없기 때문에 부대에서 수십 키로 이상 떨어진 산에 들어가 나무를 떠서 자체로 운반해오다 보니 산간지역 주민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나무를 뜨려고 온 군인들이 산림훼손은 물론이고 지역주민들에게 먹을 것 마실 것을 요구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는데도 군 당국에서는 모른 채 하고 있어 지역 주민들의 항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양강도의 경우, 아직도 대부분의 땅들이 얼어 있어 나무를 뜨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 부대 지휘관들은 막무가내로 군인들을 산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옮겨 심을만한 어린 나무를 발견하기 어려운 군인들은 생나무 가지를 잘라 어린 묘목처럼 위장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군 관련 소식통은 “군인들을 무조건 산에 몰아넣고 어린 나무를 찾아내라고 강제하는 바람에 산에 조금 남아있는 나무도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면서 멀쩡한 나무를 부러뜨리는가 하면 나무를 뜨기 위해 주변 흙을 과도하게 파내는 바람에 주변나무의 생육에 큰 지장을 주고 있어 지역 산림보호원들로부터 신소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군인들이 산에 한번 다녀가면 뜨다가 잘못되어 버려진 나무들이 도처에 널려있어 산에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산림훼손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이런 폐단을 잘 알면서도 실적만 세우기 위해 무조건 산에가서 어린 나무를 떠오라고 군인들을 떠미는 군당국의 태도에 대해 군 간부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총정치국에서는 식수사업과 함께 연대급 이상 부대들에 새롭게 양묘장을 꾸리라는 지시도 하달했다”면서 “양묘장을 꾸리려면 시설 장비와 묘목 확보 등 소요되는 것이 많은데 위에서 어떤 것도 공급해주지 않으면서 강압적으로 지시만 내리니 군간부들 속에서도 이견이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군인들은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1기(동계)훈련으로 지칠대로 지쳤는데 훈련이 끝나기 무섭게 나무심기 과제를 내미는 당국을 원망하고 있다”면서 “군대가 전쟁을 대비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국가건설과 노력동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불평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이명철,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