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캐나다의 한 북한 인권단체가 캐나다 정부와 협약을 맺고, 민간 후원을 통해 탈북민들의 캐나다 정착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처음 시작합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캐나다 동부 토론토에 본부를 둔 북한인권단체 '한보이스'(HanVoice)가 26일 캐나다 연방이민부(Immigration, Refugees and Citizenship Canada)와 협약을 맺고 2년 이내에 탈북민 다섯 가족을 태국(타이)에서 캐나다로 이송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의 션 정(Sean Chung) 상임이사는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발표의 가장 큰 의미는 탈북민들에게 새로운 법적 통로가 열렸을 뿐만 아니라, 전적으로 지역사회가 주도해 이들을 지원한다는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The big win of the announcement is not only the new legal pathway opened for North Korean refugees, but the fact that this is almost entirely community-led and supported.)
이어 그는 탈북민들에게 있어서 한국은 헌법에 의해서, 미국은 특별법에 의해서 유일하게 정착할 수 있는 선택지였다면서,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태국에 있는 탈북민들이 캐나다로 정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As such, South Korea and the U.S. have remained the only options: the former by its constitution and the latter by special legislation carving out an exemption.)
실제 미국은 2004년 북한인권법을 채택한 이후 북한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이날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캐나다가 ‘민간’ 후원을 통해 탈북민을 수용하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Canada is the first country to accept North Korean refugees through private sponsorship.)
특히 정 상임이사는 “탈북자들은 구금이나 송환 위협 없이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면서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캐나다는 이제 안전한 피난처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복잡한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탈북민들이 경유국에서 난민 지위를 획득하지 못해 왔기 때문에, 이번 시범 프로그램을 통해 태국에서 탈북민들이 직접 캐나다로 정착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그는 대부분 한국 외 다른 국가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한국을 경유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후 캐나다, 호주(오스트랄리아), 유럽연합 국가 등으로 이주한 경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을 거쳐 캐나다에 온 상당수의 탈북민들은 난민 판정이 아닌 인도주의적인 면제 사유를 이유로 캐나다 체류를 위해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캐나다의 민간 자원 활동가가 12개월간 혹은 자립이 가능할 때까지 이들 탈북민 가족을 후원할 예정이며, 후원 기간은 경우에 따라 최대 36개월까지 연장될 수 있습니다.
또 성폭력의 위험에 취약한 탈북 여성의 가족이 우선 지원 대상이 될 예정입니다.
아울러 이 단체는 이날 인터넷 사회연결망인 페이스북 등을 통해 탈북민 샘 김(Sam Kim)씨가 20년 전에 북한을 탈북해 캐나다에 정착한 이야기를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탈북민 샘 김: 안녕하세요. 저는 샘입니다. 북한에서 태어났습니다. 제가 6살 때 북한에서 탈북했습니다.

그는 북한에서 어머니가 고문과 학대를 받은 후 북한을 떠나 중국을 거쳐 한국에서 정착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억양과 외모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캐나다로 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26일 캐나다 이민∙난민국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난민 신청을 한 북한 국적자는 없었으며, 현재 한국 국적자 28명의 난민 신청이 계류(pending)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관련 캐나다 탈북민 사회와 북한 인권단체 등은, 대부분의 탈북민들이 한국에서 국적을 취득한 후 캐나다에서 난민 신청을 하기 때문에 28명도 탈북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캐나다 이민 당국은 한국을 거쳐 캐나다로 온 탈북민들이 이미 안전한 국가로 분류된 한국 국적을 취득했기 때문에,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자 이경하,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