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반체제 출판물 막기 위해 프린터 강력 통제

0:00 / 0:00

앵커: 북한은 반체제활동에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개인이 인쇄기(프린터)를 보유할 수 없게 하는 등 엄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함경북도 당국이 개인 사진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인쇄기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4일 “요즘 도내 각 지역의 사진 현상소와 사진관들이 가지고 있는 인쇄기에 대한 검열 조사가 진행됐다”며 “요즘은 컴퓨터보다 인쇄기에 대한 단속과 통제가 더 심한 것 같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인쇄기는 당국이 특별히 통제하는 물품으로 인쇄기가 있는 단위에 대한 검열은 불시에 자주 진행된다”며 “이번에는 도 출판지도국 성원들이 직접 나와 인쇄기 관련 서류와 인쇄기를 일일이 대조하는 매우 깐깐한 검열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국가기관과 무역기관을 비롯한 각급 기관 기업소에 있는 인쇄기와 달리 사진 현상소나 사진관들에 있는 인쇄기는 개인이 관리하고 운영하고 있다”며 “주민들에 대한 사진 봉사 때문에 당국이 어쩔 수 없이 사진관들이 인쇄기를 보유하는 것을 허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각 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인쇄기는 한글 문서만 인쇄하는 흑백인쇄기이지만 사진관들이 가지고 있는 인쇄기는 사진용 고급 천연색 인쇄기”라며 “이 인쇄기로 도서, 증명서, 중요한 문건 같은 것도 얼마든지 인쇄할 수 있다보니 수시로 사진관들에 대한 검열이 실시되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번 검열에서 인쇄기 구입 및 등록 서류에 적힌 것과 일련번호가 다른 인쇄기는 모두 회수해갔다”며 “인쇄기를 구입하는 허가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어렵다 보니 일부 사진관들이 인쇄기가 고장나면 똑같은 형의 인쇄기를 몰래 구입해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이번 전수조사가 진행된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검열에서 인쇄기를 빼앗긴 사진관들은 그 어디에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면서 “이들은 가격이 최소 500~600달러 이상 되는 고가의 물품을 빼앗긴 아픔보다 사진 봉사를 할 수 없게 돼 밥줄이 끊기게 된데 절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컴퓨터나 인쇄기에 대한 검열이나 조사는 일년이나 몇년에 한번 하는 것이 아니라 불시에 수시로 실시되고 있다면서 최근 검열은 아마 지난해 12월 채택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1주년을 계기로 진행됐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은 같은 날 “인쇄기는 컴퓨터보다 더 강력한당국의 특별 통제하에 있는 기계”라면서 “컴퓨터는 많은 무역회사와 개인들이 판매하고 있고 돈만 있으면 누구나 구입이 가능하지만 인쇄기는 그렇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구입한 후 등록만 하면 사용이 가능한 컴퓨터와 달리 인쇄기는 구입하는 단계에서부터 엄격히 통제를 받고 있다”며 “인쇄기를 구입하자면 먼저 안전부 감찰과, 보위부, 도출판지도국에 각각 구입신청서를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하며 구입한 다음에는 등록을 해야 하고, 추가로 사용 허가까지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많은 무역회사들이 중국 등 해외에서 외국 물품을 들여와 팔고 있지만 인쇄기의 수입과 판매 권한은 오직 노동당 선전선동부 직속 출판지도국의 외화벌이 회사인 오가산무역회사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조선에서도 컴퓨터와 디지털 사진기는 계속 증가하는데 서류나 사진을 인쇄해주는 곳은 제한돼 있다”며 “인쇄기로 자본주의 서적이나 삐라 같은 반당 반정부적인 출판물, 그리고 위조화폐 같은 것도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인쇄기는 보위부, 안전부, 출판지도국, 그리고 각종 단속 상무들의 첫째가는 단속과 검열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