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국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발각되어 6개월 무보수 강제노동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은 외국 영상물은 물론 중국 텔레비죤 시청도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관련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단동시의 한 조선족 소식통은 24일 “지난 19일 단동의 한 의류업체에서 일하는 북조선 근로자들이 중국산 판형 컴퓨터로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발각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여성 근로자 4명은 한국 드라마를 본 죄로 6개월간의 무보수 강제노동에 처해졌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 의류업체에는 코로나가 발생하기 직전에 파견된 북조선 근로자들 400여명이 방한복을 비롯한 각종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북조선 근로자들의 숙소에는 텔레비죤이 한 대 있지만 북조선 지배인(관리자)의 통제하에 북조선에서 가져온 선전영상만 시청할 수 있고 중국 텔레비죤의 시청도 제한을 받고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저축(회사장부)한 돈을 들여 중국산 판형컴퓨터를 구입하는데 귀국할 때 판형 컴퓨터는 좋은 재산에 해당되기 때문에 미리 구해두는 것”이라면서 “근로자들은 중국에서 일하면서 필요한 물건을 월급에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현지인 중개자를 통해 판형 컴퓨터 한 개당 인민폐 500위안에 구입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USB 저장장치만 있으면 영화나 드라마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중국산 판형컴퓨터를 구입한 근로자들은 틈만 나면 취침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몰래 외국영화나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다”면서 “그런데 코로나방역 때문에 심양과 단동 사이의 물류가 원활치 않아 단동으로 들여오던 의류 원자재가 떨어져 열흘간 휴식하면서 일부 근로자들이 한국 드라마를 계속해서 보다가 발각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사건이 발생하자 해당 회사와 북조선 지배인은 이 사실이 외부로 새나가지 못하게 입단속을 철저히 하고 내부에서 4명의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사상비판을 진행했다”면서 “이들 4명의 근로자들이 발각된 것은 동료 근로자의 신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사건은 북조선당국이 엄중하게 다루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저촉되는 중범죄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6개월 무보수 강제노동 처분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에 속한다”면서 “하지만 근로자들이 언제 교대되어 북조선으로 돌아갈지, 지금 귀국시켜 처벌하는 것도 모두 여의치 않기 때문에 일단 강도 높은 무보수 노동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단동시의 또 다른 조선족 소식통은 25일 “지난주에 단동의 한 의류업체에서 북조선 여성근로자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다 발각되어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같은 업체에서 일하는 중국인 근로자들은 그들에 대한 가혹한 처벌을 두고 분노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에 국경이 막히고 북조선 근로자의 교대나 귀국이 차단되면서 북조선 근로자들이 마치 기계처럼 일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이런 와중에 북조선 지배인(관리인)들은 답답함과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중국 텔레비죤을 마음대로 보고 외국 영화나 한국 드라마도 자주 시청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북조선 근로자들은 북조선 방송의 선전프로그램이나 조선말 자막이 나오는 몇몇 중국 영화를 보는 것 외에 한국드라마를 보면 엄중한 범죄자가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그동안 자재가 없어 휴식하던 의류공장의 북조선 근로자들이 자재가 도착하면서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면서 “하지만 다른 근로자와 달리 한국영화를 보다가 발각된 여성근로자 4명은 앞으로 6개월간 보수도 한 푼 받지 못하고 하루 15시간 이상의 강도 높은 노동에 내몰리게 되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당국은 지난해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새로 제정하고 그 27조에 ‘남조선 영화나 록화물, 편집물, 도서, 노래, 그림, 사진 같은 것을 보았거나 들었거나 보관한 자 또는 남조선 문화가 반영된 노래, 그림, 사진, 도안 같은 것을 류입, 류포한 자는 정상에 따라 5년부터 15년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또 남조선영화나 록화물, 편집물, 도서를 류입, 류포한 경우에는 정상에 따라 무기로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하며 집단적으로 그것을 시청, 열람하도록 조직하였거나 조장한 경우에는 사형에 처한다‘고 규정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