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10일 유엔이 정한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자유아시아방송(RFA) 한국어서비스는 북한 인권개선에 기여한 올해의 젊은 인권운동가로 박은희 씨를 선정했습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최근에는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북한의 인권실상을 한국어 뿐 아니라 영어로도 알리고 있는 올해 서른살의 박은희 씨의 이야기를 김소영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탈북민으로서 대중 앞에 나서기 쉽지 않았을텐데 자신의 이야기와 북한 인권 알리기에 앞장서게 된 계기를 알려주세요.
박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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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2012년 강원도 원산에서 자유를 찾아 탈북했고, 지금은 중앙대학교 졸업반 학생으로 경영학 전공이고요. 세계인권의 날이라고 하면 궁금하실거잖아요. 인권에 대해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는지. 3만4천명의 북한 이탈주민이 한국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개개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FSI(Freedom Speech International)라는 단체를 만나면서 수많은 자원봉사자를 만났었고 그들을 통해서 ‘북한에서 태어난게 죄가 아니고, 이게 부끄러워할 할 일도 아니고, 세상에는 북한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고 또돕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세상의 다른 아름다움을 봤어요. 그래서 북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그리고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뭔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북한 인권을 알리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고 전에는 얼굴도 가리고 제 이름도 은희가 아니었거든요. 지금은 세게 앞에서 당당하게 테드(TED)에서 연설도 했고, 오슬로 자유포럼에서 자유에 대한 북한의 이야기를 했었고 많은 인터뷰를 통해서 북한을 알리고 있는 3만4천명 북한 이탈주민 중 한명입니다.
기자 : 2018년에는 세계 유명 강연회 '테드X'에서, 2020년에는 오슬로 자유포럼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북한 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러한 자리에서 세계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주요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박은희 :두 가지를 핵심적으로 얘기하자면 첫번재는 북한 여성들이 어떻게 성폭행을 당하고 있는지 여성들의 삶에 대해 테드X 에서 얘기했고, 장마당을 통해서 여자들이 생활전선에서 어떻게 가족들을 부양하고, 그들이 어떻게 생존을 이어가는지에 대해 얘기 했어요. 북한에 여자들에 대한 규정이 굉장히 많은데 제가 자란 고향의 거리를 마음대로 걸을 수 있는 자유도 없었어요. 단속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짧은 치마라던지, 여자가 바지를 입고 장마다를 간다 하더라도 거기에 대한 대가와 벌이 따르고요. 그래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여성을 성폭행을 하고 강간을 해도 그것(권력)이 내 잘못을 덮어준다고 생각하는 북한의 삶,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인권이 없는 나라에 대해 얘기를 했고요. 두번째로 저는 북한을 목숨 걸고 자유를 찾아서 새로운 땅에서 살고 있는우리들의 이야기가 단순히 목숨 건 탈북 이야기가 아니라 탈북민들을 인적자원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를 전하고 싶었어요. 북한에서 온 사람들은 정신력이 다른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정말 강하거든요. 그래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경험한 사람들로서 내가 가지고 있는 자유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해 더욱 깊은 이해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자 :현재 전 세계가 온라인사회관계망서비스(소셜미디어)로 연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2년 전부터는 한국어와 영어로 된 유튜브 채널을 통해 북한사회와 북한주민들의 삶에 대해 전하고 계시잖아요. 어떤 계기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나요?
박은희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건 TV프로그램에 나가게 되면서예요. 북한을 알리고, 북한 사람들이 세상에 이야기를 전하긴 하지만 방송이다 보니 사업적 측면에서 이익이나 시청자들의 조회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거든요. 그러다 보니 '선정적이고 제한적인 북한의 이야기만 전달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됐어요. 그래서 너무 감정적이고 선정적인 이야기보다는 내가 직접 유튜뷰를 열게 되면 내가 주인이 돼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내가 겪은 이야기를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해서 열게 됐어요. 영어가 그렇게 완벽하진 않지만 이런 목소리를 냄으로써 전 세계 사람들에게 북한에 대해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이유로 유튜브 채널을 열게 됐어요.
기자 :주로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물들은 어떤 내용들을 담고 있는지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박은희 :내용을 인권에 대한 컨텐츠로만 만들다 보면 사람들이 빨리 지칠 경향이 있어요. 너무 무거운 주제이기도 하고요. 최근 올린 영상을 예를 들면 (북한에서) 라면은 너무 비싸서 엘리트나 잘사는 사람들만 먹는 거거든요. 그런데 대한민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잖아요. '내가 돈이 없어서 못 사먹는다' 그런 건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기 대문에 그런 주제를 통해서 북한 사람들은 인권이 없는 곳에서 이런 삶을 살고 있다, 라면을 먹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당신이 자유 민주주의 나라에서 태어나서 얼마나 가치있는 삶을 살고 있느냐' 그런 메시지를 전하는 영상물(컨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그 아래 작은 세부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저의 목소리를,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 자유에 대한 가치, 북한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이런 것을 알리는 영상물을 만들고 있는 중이예요.
기자 :대학교 졸업반으로 앞으로 진로 고민도 많이 될 것 같은데 혹시 앞으로 북한 인권을 위해 하고 싶은 활동이나 소망이 있다면요?
박은희 :제가 만약 인권운동을 한다고 하면 몇년 후가 될 지 모르지만 경험을 많이 쌓고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싶고요. CEO가 되서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외국인들,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사는 집단을 만들고, 우리 북한 사람들은 취직하기가 너무 어렵거든요. 대한민국에서 한글을 다 이해하긴 하지만 외래어도 많고, 다른 억양 때문에 차별도 많이 받고, '외국인을 채용하지 않는다'는 직접적인 차별도 당하면서 살고 있어서 일자리를 만들어서 북한 사람들이 경제적인 독립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저는 인권활동이라고 하면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독재가 무너지지 않는 한 북한은 변하기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외부에서 어떻게 내부적인 불화가 일어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만4천명 (탈북민들이) 경제적으로 독립이 되고, 그들이 경제적 독립을 통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게 정보를 보내서, 북한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이 되면 그들은 '사람들이 (북한 밖에) 나가서 저렇게 살고 있구나', '내가 받은 교육이 세뇌교육이구나' 라고 깨닫는 순간이 올 거란 말이예요. 3만 4천명 우리 탈북민의 영향력을 활용해 인권운동을 하고 싶어요.
기자 :마지막으로 지난 2년간 북중국경봉쇄로 북한이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워지고, 외부 물품의 반입도 힘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근 북한 내부 상황이 어떻다고 하던가요?
박은희 :코로나 19 때문에 국경이 많이 막혔잖아요. 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북한 내 가족들에게) 연락하기가 30배 정도 더 힘들어졌고, 돈 보내는 것도 횟수가 줄어들고, 북한에서 '더 힘들다', '제2의 고난의 행군'이라고 가족들이 말할 만큼 지금 너무 힘들게 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영상물 반입에 대해서는) 확신할 순 없지만 그래도 90%는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무리 법이 사람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독재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 안에서 인간의 욕망은 똑같잖아요. 북한도 늘 새로운 것을 보고 싶어하고,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 단계 욕구를 원하는 세상이란 말이예요. 장마당 세대에서 시장제도가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밀수를 해요. 그래서 북한에는 '총구 앞에서 돈을 번다'라는 말도 있어요.
앵커 :지금까지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등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재미있고 다양한 소재로 북한 인권에 대해 알리고 있는 탈북민 박은희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소영 기자였습니다.
기자 김소영,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