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김정일 사망 10주기를 맞아 추운 날씨에 주민들을 동원해 '수령보위'라는 명목으로 김일성과 김정일을 형상한 모자이크 벽화에 교대로 입초(보초)를 세우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13일 "지난 10일부터 시내 곳곳에 설치된 김일성과 김정일을 형상한 모자이크 벽화에 주민들이 교대제로 입초를 서고 있다"며 "김정일 사망 10주기를 맞으며 진행되는 '수령보위' 사업의 일환"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각 구역당위원회가 관내 기관, 기업소들에 모자이크 벽화에 입초를 서는 '수령보위' 사업을 포치했다"면서 "이에 따라 기관, 기업소들은 종업원 수에 따라 입초를 서야 할 날짜와 시간을 할당 받은 데 근거해 핵심 당원을 책임자로 2명씩 조를 편성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한 조가 2시간씩 모자와 혁띠(벨트) 등 적위대 복장(군복 색깔의 옷)을 하고 모자이크 벽화 양 옆에 갈라서 차렷자세를 하고 입초를 서야 한다"며 "구역당 간부들과 보위원, 안전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현장을 찾아 입초를 제대로 서는지 감독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전국의 모든 시, 군은 물론 연합기업소와 같은 규모가 큰 공장들과 주요 협동농장들에 김일성과 김정일을 형상한 모자이크 벽화가 설치되어 있다"면서 "청진시에도 각 구역의 시내 중심부와 김책제철소, 청진제강소, 청진항 등 주요 공장 기업소에 대형 모자이크 벽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했을 당시 거의 한 달 동안 지금처럼 포항광장에 있는 동상과 모자이크 벽화에 입초를 서고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모자이크 벽화에 입초를 서는 '수령보위' 사업은 애도 기간이 끝나는 12월 20일까지 계속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수령보위' 사업은 김정일 사망 10주기를 맞아 추모 분위기를 세우는 것과 동시에 김정은의 수령 지위 등극과 관련해 주민들에게 수령의 권위를 재각인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사람들이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지금 '고난의 행군'시기처럼 어려운 때에 인민들을 동원해 타일로 만든 그림에 입초를 세우는 상황이 타당한 것이냐며 비난하는 분위기"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백암군의 한 주민 소식통도 13일 "김정일 애도기간에 백암군에서도 시내에 있는 김일성, 김정일 형상 모자이크 벽화에 입초를 서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모자이크 벽화뿐 아니라 각 공장들에 있는 연구실도 보위사업을 위해 24시간 입초를 서며 지키고 있다"면서 "애도 기간에 어린 학생들도 학교당국의 지시에 따라 매일 새벽 6시에 모자이크 벽화 주변 정성사업(청소)에 동원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어제(12일) 밤에는 기온이 영하 13도에 달했는데 이처럼 추운 날씨에 하루 24시간 주민들을 동원해 벽화그림에 입초를 세우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 또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북한 당국은 오는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0주기를 앞두고 나이많은 제대 장교들을 동원해 김정일 치적 선전을 하고, 김정일 사망 10주기 애도기간을 선포하는 등 주민들에게 추모분위기를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