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영국의 민간단체 '코리아퓨처'(Korea Future)가 북한 당국이 종교와 신앙을 이유로 구금시설에 수감된 주민들에 대해 고문과 비인간적인 처벌을 자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서재덕 기자가 보도합니다.
코리아퓨처는 14일 ‘북한 내 종교적 소수자들이 경험한 고문과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모욕적인 대우나 처벌’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이 단체는 지난 2019년 1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종교와 신앙을 이유로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 가한 517건의 인권침해 사례를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등과의 면담을 통해 확인했으며 이 가운데 94건이 고문에 관한 기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현심 코리아퓨처 프로젝트 조사관은 이날 보고서 발간 설명회에서 구금시설에 수감된 북한 내 종교인들은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장기간 음식을 제공받지 못하고, 북한 관료들로부터 신체적 구타와 자세 고문까지 당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현심 조사관: 썩은 옥수수 알맹이나 자갈, 모래알이 식사로 제공하는 일도 흔했는데 처음에는 이 같은 음식을 먹기 힘들었지만, 며칠 뒤 배가 너무 고파 결국 먹게 됐다는 증언들이 많았습니다.
또 북한 구금시설의 위생 상태는 ‘수감자 처우에 관한 최소한의 유엔 기준’ 등 국제기준과 동떨어져 있으며 수감된 종교인들은 설사와 같은 질병에 시달렸으며 화장실 사용 등에 있어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아 수치심과 당혹감을 경험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종교인들은 구금시설에 수감되자마자 주먹이나 발, 도구로 신체적 구타를 당했으며 하루에 몇 시간씩 바닥에 다리를 꼬고 앉은 상태로 있어야 했는데 조금이라도 움직일 경우에 또 구타를 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지난 1981년 고문을 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비준했음에도 고문에 대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책임규명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개별 국가와 국제기구 등 국제사회가 고문 등에 책임이 있는 가해자와 국가 기관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 하며 향후 가해자 처벌을 위해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코리아퓨처는 이날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북한에 있을 당시 종교와 신앙을 이유로 지난 2011년과 2014년 구금시설에 수감되어 고문을 당한 적이 있는 탈북민 지명희 씨의 증언 영상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두 차례 강제 북송을 당한 뒤 지난 2016년에 한국으로 온 지 씨는 양강도 혜산시에 위치한 보위부 구류장에 수감됐을 당시 예심을 받는 과정에서 이깔나무로 만든 장작 등으로 신체적 구타를 당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지명희 씨: 온몸이 새까맣게 피멍이 들어서… 그 사람들은 전문적으로 고문을 하는 사람이어 가지고 뼈가 부러지지 않을 곳을 위주로 근육을 때려서 저는 너무 아팠습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달 17일 북한을 20년 연속 ‘종교자유 특별우려국’(Countries of Particular Concern)으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기자 서재덕, 에디터 이상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