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북한군에서 제대한 군관(장교)들이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주택난과 심각한 생활고로 당국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남도 함흥시의 한 행정 간부 소식통은 15일 "요즘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제대(전역) 군관들속에서 당국에 대한 불만이 급등하고 있다"며 "제대 후 몇 년씩 기다려도 주택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달 말 여러 명의 제대 군관들이 살림집(주택) 미공급 문제로 함흥시인민위원회를 찾아가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며 "이들은 30년 이상 지휘관으로 오랫동안 군 생활을 한 노병들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들 대부분은 공장 합숙소에서 방 한 칸을 얻어 살거나 아는 지인의 집에 동거인으로 살고 있는 형편"이라며 "제대한지 몇 년이 지나도록 집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구역을 넘어 직접 시인민위원회를 찾아가 항의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중앙에서는 수도 꾸리기사업에 집중하느라 평양시 살림집 5만세대 건설과 같은 전시성 건설사업을 내밀고 있지만 평양을 제외한 지방의 살림집 부족 사태는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살림집건설이 지지부진한 지방에서 국가가 주는 집을 배정받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지만 그래도 제대 군관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택배정을 담당하는 인민위원회 도시경영부를 매일 찾아가 하소연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제대 군관들을 우대할 데 대한 당의 방침도 많고 각 시, 군인민위원회에 제대 군관들의 생활지원을 전담하는 부원도 있지만 주택 문제만은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다"면서 "제대 군관들의 주택 문제는 함흥시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나 지방은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누구나 살기 어렵지만 제대 군관들의 생활 형편은 더욱 어렵다"면서 "비록 충분하지는 않아도 군에 있을 때는 매달 식량을 배급 받으며 살았던 제대 군관들은 배급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장사라도 하며 자체로 능력껏 살아야 하는 제대 후 사회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언제 배정될지 모르는 집 기다리기에 지친 제대 군관들은 군대에서 겪어보지 못한 생활고에도 시달리고 있다"면서 "그러기에 이들은 '당과 국가를 위해 30년이 넘도록 힘들게 군 생활을 한 대가가 이건가'라며 불만을 숨기지 않고 표출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혜산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15일 "나의 외삼촌도 제대한지 3년이 넘었지만 집을 받지 못해 우리 집에 동거인으로 얹혀 살고 있다"며 "외삼촌은 매주 인민위원회를 찾아가 알아보지만 집이 해결될 전망이 보이지 않아 크게 낙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나마 부모, 친척이 있는 제대 군인은 동거인으로 얹혀 살 수 있지만 아무도없는 곳에 배치된 제대 군관들은 대부분 아파트 지하나 창고에서 살고 있다"며 "제대 군관들은 시장에서 장사를 해본 경험도 없다 보니 오래전부터 장사를 하면서 사회생활을 해온 사람들보다 살기가 더욱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주택난과 생활고를 겪는 제대 군관들이 많아 해당 지역의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며 "그러기에 대부분의 도시 청년들은 군대에서 군관이 되는 것을 희망하지 않으며 여성들도 군관에게 시집가려 하지 않는 분위기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과거 제대 군관들은 보통 해당 지역에서 나오는 빈 살림집을 받아왔지만 빈 집이 생기는 경우가 거의 없어 정말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니면 집을 얻지 못해 결국 뇌물을 주고 고위 간부의 영향력을 활용해야만 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결국 계급이 높지 않고, 돈이 없는 제대 군관들은 살림집을 자체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란 설명입니다. 하지만 간혹 해당 지역에서 제대 군관용 주택을 건설해 공급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