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탈북자 임시신분증'에 벌금까지 걷고서 '오리발'

지난 1997년 베이징의 한국 영사관 밖에서 한 여성이 중국 공안에 끌려가고 있다.
지난 1997년 베이징의 한국 영사관 밖에서 한 여성이 중국 공안에 끌려가고 있다. (/AP Photo)

0:00 / 0:00

앵커 :중국 공안당국이 중국 내 탈북 여성들에게 임시신분증 발급을 이유로 신상정보를 요구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신분증을 발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분증 발급을 기다리는 탈북여성과 그 가족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관련 소식 박정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하북(허베이)성의 한 조선족 소식통은 10일 “중국 공안당국이 중국인 남편과 함께사는 탈북 여성들에게 신변보장을 이유로 개인신상정보를 제출하도록 요구한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임시 신분증을 받은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면서 “하북성 지역의 많은 탈북 여성들이 자세한 신상정보를 공안에 제출했고 중국인 남편들은 공안당국이 탈북 여성들에게 부과한 벌금까지 전부 납부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공안당국은 탈북여성의 중국인 남편들에게 ‘아내가 불법으로 도강(탈북)을 했으니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며 인민폐 8,000위안을 벌금으로 낼 것을 요구했다”면서 “개인신상정보를 제출했지만 벌금까지 완납해야 신변이 보장된다는 말에 수많은 중국인 남편들이 공안 당국에 찾아가 벌금을 냈지만 현재까지 (임시)신분증을 발급받았다는 여성은 한 명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공안당국이 당초 약속한 것과 달리 신변을 보증하는 증명서나 확인증이 발급되지 않으면서 개인신상정보를 제출한 탈북 여성들은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중국인 남편들 역시 불안한 마음에 관할 공안국을 찾아가 문의를 하지만 공안에서는 신분증이 있건 없건 벌금까지 납부한 탈북여성은 그 것으로 체포될 위험은 없으며 신분이 보장된다는 애매한 답변을 듣고 돌아온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공안당국은 임시신분증을 발급받지 못했더라도 개인신상정보를 제출하고 벌금을 낸 경우에는 신변을 보호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서 “그러나 탈북 여성들은 ‘신변을 보호받을 수 있는 아무런 증명서도 발급해주지 않고 말로만 안심하라고 하면 뭘 믿고 안심할 수 있겠냐’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탈북 여성들은 개인신상정보와 거액의 벌금까지 요구한 공안당국이 지금껏 증명서 발급에 대한 어떠한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는 것은 매우 부당한 처사라고 지적한다”면서 “일부 탈북민들 속에서는 공안당국이 신분증 발급을 명목으로 하북성에 사는 탈북자들의 신원을 자세히 파악해 두려는 의도가 아니었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요녕(랴오닝)성 심양(선양)시의 또 다른 조선족 소식통은 12일 “요즘 심양시에는 중국 내에서 체포되지 않고 신변을 보호받을 수 있는 임시신분증 발급을 기다리는 탈북 여성들이 상당히 많다”면서 “지난달 공안당국에 찾아가 개인신상정보를 제출하고 사진 촬영까지 마친 이 여성들은 현재까지도 신분증이 발급되지 않아 초조해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공안당국은 지난 11월 초순 심양시 일대에 숨어 지내는 탈북 여성들에게 가족관계와 직장명, 탈북 직전 거주지까지 자세히 적은 신상정보를 제출할 것을 통보했다”면서 “또 얼마 후에는 그들과 함께 사는 중국인 남편들에게 8,000위안의 벌금을 부과하면서 벌금을 내면 중국에서 신변을 보호받을 수 있는 임시신분증을 발급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범법자로 숨어 지내던 아내가 중국에서 평생 보호받을 수 있다는 말에 중국인 남편들은 앞다투어 공안국을 찾아가 벌금을 냈다”면서 “또 8,000위안을 한번에 납부하지 못한 일부 남편들은 일부 금액을 우선 납부 한 후 나머지 금액을 분할하여 납부하는 등 탈북민 아내의 임시신분증발급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대부분의 탈북 여성들이 신상정보를 제출했고 중국인 남편들이 벌금을 납부했지만 현재까지 한 명도 신분증을 받은 사람이 없다”면서 “일각에서는 공안당국의 임시신분증 발급 약속이 탈북 여성들의 신변보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안의 탈북민에 대한 정보수집 과정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에 중국인 남편들은 공안당국을 찾아가 언제쯤 신분증을 발급받을 수 있냐고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공안 당국에서는 신분증 발급에 대해서는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고 ‘신상정보 등록하고 벌금을 납부했다면 신변보호를 받을 수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답변을 되풀이 하고 있어 탈북민 여성들과 그 가족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11월 19일 중국인 남편과 함께 살고있는 탈북여성들을 대상으로 공안당국이 임시신분증 발급을 이유로 자세한 신상정보를 요구해 상당수 탈북 여성들이 이에 응했다고 보도해드린 바 있습니다.

기자 박정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