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국경 봉쇄 장기화로 인한 식품 부족으로 북한의 서민들은 고기는커녕 기름(식용유)을 먹어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못하는 집들이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많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부령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28일 “요즘 모든 물품 가격이 턱없이 오르고 돈 벌기는 훨씬 힘들어져 시장에 한번 가기가 두렵다”며 “설명절이 다가오지만 고기는커녕 기름(식용유) 반 병 살만한 여유도 없는 집들이 많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며칠 있으면 설명절이라 엊그제 시장에서 큰맘 먹고 (내화) 13,800원을 주고 기름 300g을 샀다”며 “기름이 담긴 병을 들고 집으로 오다가 마주친 같은 마을 여성들이 하나와 같이 기름을 먹어본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다며 부러워하는 모습에 너무 당혹스러웠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우리 옆집에는 혼자 된 엄마와 고급중학교 학생인 아들 등 두 식구가 살고 있다”며 “옆집 여성은 자기네는 이전에도 기름 2병(1kg)을 가지고 1년 동안 먹었는데 작년 가을부터는 기름을 전혀 먹지 못했다며 부러워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장기간의 국경 봉쇄로 외국과의 무역이 모두 막히면서 이전에 1kg에 1만 원 미만이던 먹는 기름이 점점 비싸져 지금은 4만5000원을 한다”며 “그 마저도 수량이 부족해 기름 장사 매대가 텅비어 기름을 살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시기에도 일반 주민들은 고기를 자주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대신 가격이 비싸지 않은 기름만은 떨구지 않고 사먹었는데 지금은 기름조차 구입할 형편이 안 된다”면서 “사탕가루나 맛내기 같은 것은 없으면 안 먹어도 되지만 기름은 우리 식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식품인데 많은 주민들이 기름을 먹어본지 오랜 형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주민들의 기본 식생활이 점점 어려워지고 영양실조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당국에서는 주민 건강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면서 “주민들의 식생활에 대한 고충 해결은 커녕 ‘자력갱생으로 사회주의 낙원을 건설하자’는 헛된 구호만 반복해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자강도 만포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30일 “전달에는 가격이 조금 내리는 것 같던 기름(식용유) 값이 이달 들어 다시 오르고 있어 가두여성(주부)들이 아우성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시장에 가면 기름을 50g, 100g씩 작은 병이나 비닐봉지에 소량으로 나누어 팔고 있다”며 “어쩌다 장마당에서 2kg으로 포장된 기름 한 통을 들고 가는 사람이 있으면 모두다 부러운 눈으로 쳐다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우리도 두 달 전에 산 기름 반 병(500g)을 조금씩 아껴 먹고있다”며 “다른 집에 가봐도 기름이 들어간 반찬을 먹는 집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에서는 해바라기, 피마주(피마자) 같은 기름 작물을 많이 재배해 먹는 기름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지만 실지 다녀보면 기름 작물을 심은 농장이 별로 안 보인다”면서 “아마 국가적으로도 전체 생산량이 아주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 몸에 필요한 기름은 에네르기의 원천이 되고 뇌와 세포 등에 필수적인 영양소인데 이 기름을 제대로 먹지 못하니 길거리를 오가는 주민들의 얼굴에 윤기나 핏기(혈색)가 없다”면서 “이전에도 우리가 기름을 충분히 먹으며 산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꼭 필요한 기름을 전혀 먹지 못하는 상황은 아니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영양실조를 극복해야 될지 정말 걱정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