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당중앙위원회 제8기 6차전원회의 결정 집행을 위해서라며 파철(고철)수집을 강요하는 바람에 요즘 남의 집 밥가마(밥솥)까지 훔쳐다 파철로 바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이명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11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이후로 금속공업부문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을 강조한 당국은 전인민이 파철(고철)수집에 떨쳐 나설 것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이에 함북도당위원회에서는 도내 매 기관, 공장, 기업소, 학교, 인민반들에 파철수집 과제를 내리 먹이고 매일 실적을 총화한다면서 간부들과 인민반장들을 들볶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도당위원회에서는 파철수집사업에 기관별로 경쟁을 붙이고 있어 기관과 기업소, 학교들에서는 소속종업원과 학생들에게 매일 1인당 5kg의 파철과제를 주고 있다”면서 “과도한 파철수집과제를 떠안다 보니 주민들은 철붙이(쇠붙이)라고 생긴 것은 가리지 않고 수집하고 있는데 청진시 송평구역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며칠 전 자고 일어나 보니 밥을 해먹으려고 마당에 설치해 놓은 밥가마(솥)를 도적질(도둑질) 당하는 등 주민들의 관련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청진시 청암구역의 한 주민은 최근 철판으로 제작한 철문(울타리에 설치한 대문)을 밤사이에 도둑맞았다”면서 “철붙이 도난 피해를 당한 주민들은 동 사무소와 담당안전원에게 피해사실을 신고하지만 안전원들은 오히려 집주인이 관리를 잘 못한 탓이라며 책임을 피해자에 돌리는 바람에 ‘그러면 잠도 안자고 밤새도록 철문을 지키고 있으란 말이냐’며 울분을 터뜨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당에서는 당전원회의 결정관철을 위한 결정적 담보를 구축하기 위해 김책제철소를 비롯한 금속부문공장들이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려면 더 많은 파철을 보내주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면서 “간부들이 주민들을 모아 놓고 한다는 말이 더 많은 파철을 수집하여 보내주는 것이 나라에 바치는 애국의 마음이라고 역설하고있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11일 “요즘 전국적으로 주민들에게 파철수집 계획을 강압적으로 내리 먹이다 보니 이로 인해 주민들이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지난 수십년 동안 당국이 걸핏하면 주민들에게 파철수집계획을 할당해왔으니 어디서 제대로 된 파철을 구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동네를 샅샅이 뒤져도 파철 한 조각 구하기 어렵게 되자 주민들은 할당 받은 파철수집계획을 채우기 위해 철이 있을만한 곳은 장소를 막론하고 침입해 철제로 된 도구를 닥치는 대로 훔치고 있다”면서 “평북 정주시의 한 농장에서는 며칠 전 모내기 철에 사용하는 뜨락또르의 특수 바퀴(물이 차 있는 논작업을 할때 뜨락또르가 빠지지 않게 철로 제작한 특수 바퀴)까지 도난 당하는 사고가 발생해 인근 분주소에서 나와 사건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바퀴를 다시 찾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매해마다 신년사 관철이다, 전원회의 결정 관철이다 하면서 전 주민들과 학생, 군인들까지 동원하여 파철수집 경쟁을 붙이고 총화에서 수집 실적이 저조한 기관책임자들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면서 “전국적으로 수집할 만한 파철은 바닥났는데 과도한 파철수집계획을 할당하고 파철 원천을 찾으라고 강요하다 보니 주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쇠붙이를 훔치거나 도난을 당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이명철,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