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개인의 축사에서 나오는 가축 분변과 살림집 도랑의 바닥까지 파내서 농장의 거름 원천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인 텃밭용 거름 원천을 빼앗긴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강원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요즘 이천군 농민들은 동네 도랑이나 개울의 바닥 파내기 운동에 내몰리고 있다”라면서 “개울과 도랑의 바닥을 파내어 거름 원천을 찾아내라는 중앙의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얼어붙은 논바닥과 개울 등에서 니탄과 부식토를 찾아내는 노동은 강추위로 얼어붙은 땅을 곡괭이로 파내는 고된 작업이다”라면서 “하루 종일 바닥을 파내도 거름 원천이 될만한 부식토는 많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거름 원천이 턱없이 부족하자 농장 당국은 개인들이 살림집에서 기르고 있는 돼지우리와 염소, 닭 등 집짐승 배설물이 나오는 곳을 깊숙이 파내어 협동농장의 거름 원천으로 바치도록 조직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농장 당국의 지시에 농장 작업반에서는 분조별 개인 농민들의 살림집을 돌면서 축사와 도랑(하수도), 아궁이의 재까지 쑤셔내어 거름 원천으로 회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식통은 “당국의 이러한 행태에 나이 많은 노인들은 개인 축사 거름과 아궁이 재까지 거름원천으로 빼앗아 가면 개인 텃밭 농사를 어떻게 지으라는 말이냐며 농장 당국에 대놓고 항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지난 주 흙보산비료와 유기질복합비료생산을 독려한 당국이 비료생산과 함께 도랑과 개울 바닥 파기 운동으로 거름 원천을 찾아내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용천군 협동농장 농민들도 바닥 파기 운동에 동원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은 올 농사에서 알곡수확고를 높이려면 비료가 부족한 조건에서 거름생산만이 해결책이라며 농민들을 독려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거름 원천이 부족하자 거름 효과가 있는 개인 살림집의 부식토, 집짐승 배설물 등이 스며든 (하수도)도랑의 흙을 농장의 논밭에 실어가 지력을 개선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중앙의 지시에 군 농장 당국은 각 작업반들에 분조별로 개인 농민이 기르고 있는 염소우리와 돼지우리의 숫자를 파악하고 여기에서 나오는 가축 분변과 하수 도랑을 파내어 거름원천으로 농장 소달구지에 실어가도록 조직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농민들은 해마다 당국이 농민들의 오줌까지 거름원천으로 쓸어가더니 올해는 개인이 기르는 돼지우리 분변과 살림집 도랑의 부식토까지 강제로 뺏어간다며 반발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우리 옆집 농민은 농장 분조에서 자기집 가축 거름을 실어가겠다고 나오자 돼지우리와 염소 우리 문을 열쇠로 잠그고 ‘나도 돼지 분변과 염소 똥이 있어야 텃밭에 거름을 주고 농사를 지어 먹고 살 게 아니냐’며 거세게 항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농민들은 당국이 힘들여 농사지은 농민들에게 알곡 분배도 제대로 안 주면서 이제는 개인 축사의 거름까지 빼앗으려 한다면서 당국을 비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