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열차로 둔갑한 평양살림집 건설자재 수송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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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평양 화성지구 살림집건설현장의 자재 수송을 위해 특별 배정된 화물열차가 돈주들과 장사꾼들의 위탁 수하물 열차로 이용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 은산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16일 “요즘 (평안남도 은산과 순천 중간에 있는) 대건화물역에는 평양 화성지구 살림집건설장에 시멘트와 목재 등 건설자재를 수송하는 전용 화물열차가 특별히 편성되어 평양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최고존엄의 관심사로 진척되는 평양 화성지구 1만세대 살림집을 올해 안으로 완공하라는 중앙의 지시에 따라 건설자재 수송열차에는 화물빵통과 견인기가 우선 배정되고 열차운행에도 국가전력이 상시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코로나 비상방역조치로 지역 간 차량운행과 주민이동이 통제되는 상황에서 평양살림집 건설자재를 수송하는 열차는 지방과 평양을 정상 운행하는 유일한 철도열차이다”라면서 “이런 기회를 노린 간부들과 장사꾼들은 발 빠르게 해당 화물열차를 ‘짐쏘기열차’로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짐쏘기열차’란 물품 수요자나 공급자가 이동하지 않고, 열차를 이용해 물품거래와 대금거래가 이루어지는 방식을 말합니다. 즉, 철도간부나 열차원, 자재인수원들이 평양으로 가는 자재수송용 열차를 이용해 장사꾼들의 위탁을 받은 수하물을 운반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수단인 것입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어제도 건설자재를 싣고 대건화물역에서 서평양역으로 들어가는 화물열차에 두 톤의 쌀을 짐쏘기 방식으로 보냈다”면서 “이번에 보낸 쌀은 평양장마당에서 쌀장사를 하는 상인이 손전화로 주문한 것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서평양역으로 들어가는 화물열차에 장사물품인 쌀을 실어 보내려면 평양 화성지구 살림집건설장에 자재수송을 담당하고 있는 자재인수원에게 뇌물을 주어야 합니다.

뇌물을 챙긴 자재인수원은 건설자재를 실은 화물열차의 빈 공간에 쌀을 싣고 서평양역에 도착하는 즉시 평양상인에게 넘겨주게 됩니다. 평양상인에게 쌀을 넘겨준 자재인수원은 그 자리에서 지방상인에게 전달해줄 쌀 대금을 받는 데, 대금을 전달하는 수수료는 별도로 챙긴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대건화물역에서 서평양까지는 40km정도이므로 열차를 통해 쌀을 수송해주는 비용은 1톤당 내화 10만원(미화 16달러), 부피가 큰 장사물품은 무게가 1톤이라고 해도 가격이 두 배 올라 내화 20만원(미화 32달러)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짐쏘기열차로 장사물품 대금을 받아 장사꾼에게 전달하는 비용은 거리에 관계없이 총 금액의 2%를 수수료를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날 평양시의 한 주민 소식통도 “요즘 평양화성지구 살림집건설 골조공사가 한창이다 보니 모래와 시멘트 등 건설자재 수송을 우선 보장하라는 중앙의 지시로 각 철도국에서는 다른 국가자재보다 평양살림집건설자재를 수송할 빵통(기관차)부터 우선 배차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 봉쇄로 서비차 운행이 중단된 상황에 장사물품을 나르지 못하던 평양상인들은 이때를 기회로 정상 운행되는 평양 살림집건설자재 수송열차를 짐쏘기열차로 이용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평양상인들은 화물열차 배차를 담당하고 있는 철도사령에게 뇌물을 고이고 지방에 건설자재를 실으려 나가는 화물열차에 평양에서 생산되는 각종 여과(필터)담배를 적재해 지방상인에게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지방상인들은 평양상인으로부터 담배를 받으면, 다시 자재를 싣고 가는 인수원에게 뇌물을 주고 담배대금만큼 계산해 쌀이나 올감자를 마대로 실어 평양으로 보내고 있어 요즘 평양살림집 건설자재 수송열차는 장사꾼들의 물건 수송열차로 큰 몫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