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정의용 입장문에 “헌법관 전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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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내 전문가들은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정의용 전 실장의 17일 입장문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김태훈 한변 명예회장은 정 전 실장에게 헌법관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2019년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사건 당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정의용 전 실장은 17일 윤건영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흉악범 추방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 전 실장은 강제북송시킨 탈북민 선원들이 16명의 동료 선원들을 살해한 ‘엽기적인 살인마들’이었으며 이들의 귀순의사에 진정성이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정 전 실장은 또 “지금까지 북한지역에서 북한 주민이 다른 북한 주민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에 대해 한국 법원이 형사관할권을 행사한 전례가 없다”며 이들이 아무런 처벌 없이 한국 사회에 편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전 실장은 이와 함께 “이들의 자백만으로는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대법원과 헌재는 남북한 관계의 이중성을 인정해 북한 주민에 대해 외국인의 지위에 준하여 개별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며 난민법 적용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명예회장은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정 전 실장에게 헌법관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명예회장은 먼저 강제북송된 탈북민 선원들이 흉악범이었다는 정 전 실장의 주장에 대해 “적법한 재판 과정 없이 이루어진 자의적인 판단”이라며 “흉악범이라는 것은 정 전 실장의 말뿐이고 증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명예회장은 자백만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정 전 실장의 주장에 대해서는 “혈흔 감식을 하지 않은 채 오징어잡이배를 소독하고 북한으로 배를 보내 증거를 인멸한 것은 문재인 정부”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한변) 명예회장:이게 진짜 문제인데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라는 사람은 헌법관이 전혀 없어요. 북한 주민도 우리 헌법 3조 영토조항과 대법원, 헌법재판소 판례에 의해서 명백하게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죄를 졌으면 대한민국 안에서 재판을 받아야죠.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소장은 대법원과 헌재가 북한 주민을 외국인 지위에 준해 개별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고 정 전 실장이 거론한 것과 관련해 “제3국에 있는 북한 주민에 대해서는 그의 법적 지위가 무엇인지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탈북민이 한국에 들어와서 보호요청을 한 경우 그의 법적 지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견도 있었던 적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윤 소장은 지금까지 북한 주민이 다른 북한 주민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에 대해 한국 법원이 형사관할권을 행사한 전례가 없다는 정 전 실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미 처벌한 사례가 있다”며 “거짓”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4년 수원지방법원은 북한에 있을 때 보위부에 협력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탈북민 김 모씨에게 징역 5년,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고 이 형은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김씨 사례는 북한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 한국에서 사법적 처벌이 이뤄진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윤 소장은 “한국 법에 의하면 한국에 입국한 북한 주민을 어떤 경우에도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북송할 수 없다”며 “남파 무장공작원 출신 김신조씨도, 대한항공 858편 폭파사건의 범인 김현희씨 등도 현재 한국에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소장은 “정 전 실장은 (탈북민 선원들이) 흉악범이라는 강조를 통해 국민 정서를 자극하려는 것”이며 “법치를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공직자로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비판했습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NKDB) 소장:지금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들이 이전에 결정한 것을 꿰어 맞추기 위해서 흉악범이라는 걸 갖고 국민 정서를 자극하고 있는 거예요. 일반 국민들은 그런 정서를 보일 수 있지만 법에 의해서 공무를 담당하는 국가 공무원은 그럴 수 없는 것이죠.

한편 한변과 북한인권단체총연합 등은 이날 문재인 전 대통령을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하고 살인, 직권남용, 국제형사범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이날 탈북민 선원들이 판문점을 통해 강제북송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기자단에게 공개했습니다. 지난 11일 탈북민 선원의 강제북송 당시 사진을 공개한지 일주일만의 추가 공개입니다.

공개된 약 4분 분량의 영상에는 탈북민 선원들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며 저항하는 모습과 음성 등이 담겼습니다.

이밖에 이날 강제북송된 탈북민들이 타고 온 배에 혈흔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 새롭게 나왔습니다.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안병길 의원실이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건 당시 현장에 파견됐던 정부 검역관은 배에 혈흔을 확인한 사실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사건 당시 배 안에 혈흔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는 문재인 정부 당시 통일부의 주장과 배치되는 답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출근길에서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국가의 사무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는 원칙론 외에 따로 드릴 말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