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이혼율 급증하자 이혼 재판 건수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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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장기간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에서 생활고로 인한 이혼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국이 이혼을 막기 위해 각 지역 재판소들의 이혼 재판 건수를 제한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경성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24일 “최근 경제적 이유로 가정불화가 심해지면서 이혼을 원하는 가정이 증가하고 있다”며 “하지만 당국의 지시를 받은 재판소(법원)에서 이혼을 잘 승인해주지 않는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가끔 재판소 앞을 지나가다 보면 정문 앞에 늘 십여 명의 젊은 남녀가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이들은 대부분 이혼신청을 하기 위해 판사나 변호사를 만나려는 부부들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사회주의 생활양식’과 ‘가정 혁명화’를 주장하는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이혼은 사회적 불안을 조성하는 비사회주의 행위로 인정되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재판소가 웬만한 사유가 아니면 이혼 허가를 안 해주니 이혼을 원하는 주민들이 매일 같이 판사나 변호사를 만나기 위해 재판소 앞에 줄을 서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주 가깝게 지내는 한 여성으로부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재판소의 모모한(유력한) 간부로 재직하는 남편을 둔 그 여성은 인구수에 따라 각 시, 군 재판소가 한 해에 다룰 수 있는 이혼 재판 건수가 정해져 있다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경성군의 경우, 올해 이혼 재판 건수가 40건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 수치를 초과하면 재판소가 추궁을 받는다는 말도 들었다”며 “재판소가 이혼을 잘 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당국이 이혼 재판 횟수까지 지정했다는 말은 정말 충격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혼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당국의 조치가 오히려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며 “재판소 앞에서 만난 한 여성은 결혼해 경성에서 살다가 생활상 고충으로 남편과 이혼하기로 합의하고 본가(친정집)가 있는 명간군으로 갔는데 이혼을 위해 2년 넘게 명간에서 60km 떨어진 경성 재판소를 찾아오지만 아직 이혼을 못해 몹시 속상해하고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같은 날 양강도 운흥군의 주민 소식통도 “요 몇년간 생활고로 가정 다툼이 잦아지면서 이혼을 원하는 가정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전에는 이혼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혼하려는 사람들은 될수록 이혼을 빨리 마치려 하지만 이혼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혼 가능 여부와 이혼 판결을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재판소 판사나 변호사에게 고이(바치)는 뇌물 액수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혼 요구자가 많다 보니 뇌물을 주지 않고서는 재판소에 서류를 제출하는 첫 단계조차 넘을 수 없다”며 “뇌물을 고이지 않으면 3년이고 5년이고 이혼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이혼한 내 친구는 변호사에게 중국 돈 500위안을 주고 서류를 접수시켰으며 그후 재판을 담당한 판사에게 중국 돈 1500위안을 뇌물로 주었다”면서 “뇌물을 주자 사건 요해 과정이 간략화되면서 재판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보름 만에 이혼 판결을 받아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돈이 없으면 이혼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라며 “이혼이 어려우니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식을 치르고도 만약을 생각해 결혼등록(혼인신고)을 하지 않고 몇 년간 같이 살다가 아이를 낳게 되면 그때 가서야 결혼등록을 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