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동해안 지역에서 오징어잡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많은 남성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열악한 조건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에 나가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3일 “7월 중순부터 우리나라 동해안 지역에서 오징어(북한에서는 낙지로 호칭) 잡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며 “해마다 바다에 나간 배들이 각종 사고로 인해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남성들은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면서 바다로 나가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빠르면 6월 말경부터 오징어가 잡히기 시작하지만 크기가 작고 어획량도 많지 않아 청진 등 함경북도에서는 7월 중순부터 오징어잡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며 “함경북도에서는 어부뿐 아니라 도시의 많은 일반 가정들이 오징어와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오징어는 1년 중 동해바다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어종으로 몇 달 바다에 나가 열심히 노력하면 가족의 겨울 나이 식량은 해결할 수 있다”며 “그러기에 동해안 지역의 많은 남성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저마다 오징어잡이에 뛰어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오징어 철에 어부가 아니어도 누구든 바다 출입증과 선원증 같은 서류만 갖추면 바다에 나가 물고기잡이를 할 수 있다”며 “바다에 나가는 주민들은 소속 기업소의 승인을 받아 8.3과제(출근 대신 매달 일정한 돈을 내는 것)를 하기로 하고 보위지도원과 수산사업소에 뇌물을 고여 바다 출입증과 선원증을 발급받는데 청진시의 경우 평시 8.3과제가 한 달에 3~5만 원 수준이지만 오징어 철에는 한달 5~8만원으로 늘어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공장, 기업소도 8.3과제를 하는 노동자가 많으면 매달 많은 돈을 벌수 있어 오징어철에 종업원들이 시간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은근히 반긴다”며 “내가 다니는 기업소는 총 인원이 70명인데 20여명이 오징어잡이를 위해 기업소의 승인을 받고 바다에 나갔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계속해서 “가까운 바다에는 고기가 없어 대부분의 배들이 보통 이틀이 걸려야 도착하는 먼바다에 나가 오징어잡이를 한다”며 “심지어 북상하는 오징어를 따라 러시아 영해에 들어갔다가 러시아 경비정에 단속되는 경우도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보통 9월이 되면 바람과 파도가 높아져 작은 나무배(목선)로 먼바다에 나가는 것이 정말 위험하지만 많은 배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10월까지도 오징어잡이를 계속 한다”며 “매년 청진시에서만 10여 척이 넘는 오징어 배가 바다에 나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바다에서 사고가 많이 나는 원인은 바다날씨 확인을 위한 라디오, 비상연락용 통신장비, GPS 같은 항해 장비가 없거나 열악하고 선체와 기관(엔진), 구명장비 등 배 전반이 노후한데 있으며 기상악화에도 국가계획이나 돈벌이를 위해 먼 바다에까지 나가는 무리한 조업 등 다양하다”며 “특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조난당했거나 위험상황에 처한 배를 구조하는 업무를 맡은 기관은 물론 그러한 국가적인 대응체계가 전혀 없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남도 이원군의 한 주민 소식통도 같은 날 “여기도 오징어잡이로 북적이고 있다”며 “해마다 바다에서 잦은 사고로 희생되는 사람이 많지만 남성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목숨을 걸고 바다에 나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동해바다를 낀 지역에서 오징어 철은 1년 식량을 해결할 가장 중요한 시기”라면서 “작은 시골군에서 오징어잡이 말고는 돈을 벌 일거리가 없는 관계로 남자들이 너도나도 바다에 나가다 보니 요즘에는 읍내 거리에서 젊은 남성을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오징어잡이배를 타고 나가면 자기가 잡은 오징어의 70~80%를 배(승선)값, 기름값, 그물값 등의 명목으로 선주에게 바치고 나머지를 집에 가져갈 수 있다”며 “여성들은 남편이 잡아온 오징어를 직접 팔거나 말려서 팔아 식량을 사는 등 생계를 유지하는데 오징어가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오징어잡이가 가정의 생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큰 위험이 뒤따르는 고된 작업이다”라면서 “내가 사는 마을만 해도 오징어 철에 바다에서 남편이나 아들을 잃은 집이 많은데 남편과 아들 둘 다 잃은 집도 두곳이나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해마다 많은 남성들이 바다에 나갔다가 목숨을 잃고 있는데도 당국은 바다 출입(입출항)에 대한 통제만 강화할 뿐 어로환경 개선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소형 나무배(목선)가 대부분이고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열악한 조건의 배를 타고 오징어 떼를 찾아 먼 바다까지 나갈 수밖에 없는 남성들의 처지가 참 가련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