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터뷰] 이지순 통일연 연구위원 “북 신인 연예인 공개, 외국 영상물 대체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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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통일연구원 이지순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 당국이 여러 신인 가수와 배우들을 공개한 데는, 세련된 해외 영상물 시청에 익숙해진 북한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지정은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북한 음악계에 한동안 신인 발굴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지난달 27일 평양에서 열린 '전승절'(정전협정체결일) 기념행사에 신인 가수들이 등장하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또 지난 5월 종영한 새 TV연속극 '마지막 한 알'과 4월 개봉한 예술영화 '하루낮 하루밤'에서도 신인 배우가 주연을 맡았는데요. 올해 들어 여러 신인 가수와 배우들이 등장한 데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시나요?

한국 통일연구원 이지순 연구위원
한국 통일연구원 이지순 연구위원

이지순 연구위원 :첫 번째는 문화예술 산업과 관련된다고 생각이 듭니다. 예컨대 이제 김정은 시대가 들어온 다음에 그 이전과 다른 어떤 새로움으로 혁신을 보여줘야 되는데, 이 혁신을 상징적으로 담으려면 내용과 형식의 새로움도 있어야 되지만 이 새로움을 압축적으로 보여줄 새로운 얼굴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신인 배우 혹은 신인 가수는 낯설지만 신선하기 때문에 그 혁신을 담기에 매우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문화예술 산업의 활성화도 관련된다고 생각이 듭니다. 신인을 발굴하는 일은 굉장히 적은 자본을 들여서 아주 큰 효과를 보이는 것이 가능하고요. 두 번째는 해외 유입 콘텐츠를 금지하고 통제하는 일로 인해서 북한 주민들의 억눌려 있던 문화 욕구를 충족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신인의 약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이후로 해외에서 유입된 콘텐츠를 보는 것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정도의 아주 중죄가 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 욕구를 해소해 주려면 이 세련된 해외 영상물에 익숙한 주민들의 취향과 눈높이에 맞춰줘야 됩니다. 그런 취향과 눈높이를 맞춰줄 수 있는, 그리고 어떤 새로움을 줄 수 있는 이런 콘텐츠에 결국은 신인 배우나 신인 가수가 동원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이러한 신인 배우나 가수들이 등장한 데 정치적인 의미도 있다고 보시나요?


이지순 연구위원 : 아마 가장 정치적인 의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여성 중심의 신인의 약진이라는 것은 결국은 섹슈얼리티(성)의 정치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이번에 전승절 기념 공연에서 신인 여가수가 아주 화려한 무대 의상하고 신체를 노출하고 있어서 주목을 받았잖아요. 잘 다듬어지고 건강한 육체,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신체적 아름다움 그리고 신인이 주는 참신함이라는 것은 결국 '북한이라는 사회가 아주 건강하고 활력 있고 아름답다'라는 것을 환유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오래된 대북제재 그리고 감염병으로 인한 국경 폐쇄로 인해 (북한이) 굉장히 경제적으로 곤란한 상황이고 사회적 불안이 계속 누적돼 있고, (이러한 상황이) 정치에 대한 불신을 줄 수 있지만 이것을 다른 데로 관심을 돌리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 지난 4월 공개된 영화 '하루낮 하루밤'은 북한이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예술영화였는데요.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이지순 연구위원 : '하루낮 하루밤'은 특별히 눈에 띄는 것 없이 평범하고 소박한 여성이 위험을 무릅쓰고 국가와 당을 배신한 사람들을 폭로하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여기에서 핵심은 국가의 배신자로 나오는 사람들이 타락과 향락을 즐기는 사람이지만, 주인공은 평범하지만 수령에 대한 마음이 올곧은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죠. 특히 2022년에 왜 이런 콘텐츠가 만들어졌냐고 생각을 해볼 때는, 북한이 당면한 현재의 어려움이 많습니다. 특히 감염병이든 대북제재든 여러 가지 전체 인민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풍요와 안락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영화 속 배경인 1958년에 국가와 당을 배신한 사람들과 같다고 보여주고 있는 거죠. 그리고 인민 대중은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평범하지만 수령을 결사옹위해야 된다, 즉 김정은을 수령처럼 결사옹위해야 된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고요. 그리고 '1958년에 천리마의 기적을 가져온 것처럼 2022년에 이런 천리마의 기적을 다시 갖고 오자'라는 전략을 갖고 있죠. 영화 속 배경인 1958년의 배경과 2022년의 배경은 각각 10주년을 중첩한다는 의미에서 상당히 중요한 정치적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1958년이 북한이라는 나라가 건국된 지 10주년 해라면 2022년은 김정은이 집권한 지 10주년이 되기 때문에요. 1958년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천리마의 기적을 이루었다면, 2022년은 지금까지 당면했던 많은 어려움들, 경제적, 정치적, 국제적인 어려움들을 딛고 새로운 승리의 해를 만들어야 된다는 의미를 상당히 강하게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 북한이 인터넷 동영상 공유서비스인 유튜브를 통한 체제 선전을 지속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영국 런던 주재 북한대사관의 외교관 임준혁의 딸로 추정되는 소녀 '송아'가 영상에 등장하며 화제가 됐습니다. 북한이 이러한 어린이 채널 운영을 통해 어떠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이지순 연구위원 :송아와 같은 어린이 채널의 경우 어린이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어린이가 가지고 있는 무해한 이미지 그리고 아주 해맑은 이미지, 그러면서 동시에 매력도가 높은 유튜버의 이미지를 통해서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도 매력이 크게끔 (해서) 수용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수용자가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합니다. (북한이) 과거에는 국내 미디어와 똑같이 체제 선전을 노골적으로 보여줬다면, 최근에는 자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어떤 콘텐츠 혹은 메시지를 아주 매력적으로 만들고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거든요. 이거는 과거와 달리 북한이라는 나라에 대한 기존의 공격적인 이미지를 바꾸어서 긍정적으로 만들고 있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현재는 대북제재로 국제 무역이 막혀 있고 많은 나라에서 북한을 여전히 위험한 국가로 인식하고 있지만, (유튜브는) 미래에 대한 일종의 문화 마케팅 혹은 문화적인 투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향후 북한이 어느 정도 국가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해외에서 자신들이 무역을 하든 혹은 관광객을 받아들이든 하려면 국가에 대한 이미지를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로벌 경쟁에서 국가 이미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서 잠재적인 고객을 확보하려면 결국은 소셜 미디어(사회관계망서비스) 안에서 국가 이미지를 관리해야 되고, 이 차원에서 송아와 같은 키즈(어린이) 채널 혹은 여성이 등장하는 유튜브 채널 운영이 활성화될 거라는 예상이 듭니다.

기자 :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달 북한에서 화장법이나 몸매 관리법을 다룬 신간 서적 다섯 권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러한 서적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인가요?

이지순 연구위원 : 첫 번째는 초심자에게 화장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거죠. 한마디로 정보 서적의 의미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사회주의 미감이라는 방법으로 화장하는 법을 통제하는 일종의 통제법이죠. 이것은 여성의 화장이 북한에서 예의로 규정되고 있는데, 화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되는 경우를 막기 위한 일종의 통제 수단입니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 날라리풍으로 규정되는 아주 진한 화장 그리고 남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그것대로 따라하고자 하는 젊은 여성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젊은 여성들에게 남한식의 화장법과 남한식의 헤어 스타일을 불온하게 판단하게 하고 북한식으로 온건하게 사회주의 미감에 맞게끔 화장하는 방법을 보여주려는 것. 이런 부분들은 국가가 여성의 뷰티(아름다움)를 아주 개방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지만 결국은 통제하는 것과 같죠. 특히 가부장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여성성을 유지하게 하고, 여성성을 유지하는 방법의 하나로 화장을 예의로 규정해서 통제합니다. 그런데 이 통제의 핵심은 결국 신세대 문화에 대한 통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세대 문화는 굉장히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하는 에너지가 있고요. 그런데 (이를) 지배 문화와 충돌하지 않게 통제하려고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고요. 세 번째는 뷰티 산업의 육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뷰티 산업이 육성되려면 관련된 인력을 육성해야 됩니다. 중국의 유튜브라고 할 수 있는 빌리빌리(Bilibili) 채널을 보면 아주 일부 (북한) 유튜브 (채널)에는 올라가 있지 않은데 빌리빌리에만 올라가 있는 게 있습니다. 특히 미용법이라든가 피부 샵에서 관광하는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어요. 장기적으로 북한 관광이 재개됐을 때 중국의 관광객들이 북한에 와서 미용 관광을 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자면 미용 관광객을 위해서 인력 양성이 필요하고요. 그런 인력 양성을 위한 어떤 준비 작업의 하나로써 미용법이라든가 피부 미용에 대한 제반 지식을 갖춘 사람이 필요한 거죠.

앵커 :지금까지 통일연구원 이지순 연구위원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지정은 기자였습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